공정위,임원겸임 기업결합심사 승인
최종 합병까진 주주 전원 합의 남아
이 대통령 토종 OTT 육성 의지 강해
티빙-웨이브 합병 논의도 탄력 받을 듯
'넷플릭스 천하 흔들릴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웨이브와 티빙의 임원 겸임 기업결합심사를 승인하면서 최종 합병까지 가기 위한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년 말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라고 조건을 걸었다. 이재명 정부는 'K-OTT' 경쟁력 강화를 중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어 새 정부에서 K-OTT 연합군이 출범해 '절대 강자' 넷플릭스와 경쟁할 실력을 갖추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티빙·웨이브 간 임원 겸임 방식의 기업결합 신고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CJ ENM과 티빙은 웨이브 이사 8인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인, 감사 1인을 자신의 임직원으로 지명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지난해 11월 27일 웨이브와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26일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CJ(티빙)가 경쟁 OTT 사업자에 방송·영화 등 콘텐츠 공급을 봉쇄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마찬가지로 SK(웨이브)가 OTT 서비스와 이동통신·유료방송 서비스 간 결합 판매를 통해 경쟁 사업자를 배제할 우려도 낮다고 봤다. 다만 국내 사전제작 콘텐츠 중심 유료구독형 OTT 시장에서 두 회사의 결합으로 일부 실질적인 경쟁 제한 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어 현행 요금제를 내년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티빙과 웨이브는 이번 공정위 승인을 계기로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업결합 효과로 콘텐츠 투자 확대와 플랫폼 운영 효율화, 서비스 혁신, 이용자 혜택 증진,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기존과 유사한 수준의 통합 요금 상품도 나올 전망이다. 양사는 "경영 노하우와 역량을 결집해 이용자들에게 더 다양한 콘텐츠와 향상된 시청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 K-OTT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K-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정위 승인으로 양사 임직원 상호 이사 등재가 가능해지면서 양사간 합병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이지만 최종 합병까지는 양사 주주 동의 등의 절차가 남아 향후 주주간 긴밀한 협의를 이루는 것이 관건이다. 합병이 성사되려면 양사 주주 전원 합의가 필요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KT가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고 얘기가 나온다. KT의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KT 미디어부문을 이끄는 김채희 KT 전무는 지난 4월 간담회에서 "KT와 티빙이 단순 투자뿐 아니라 미디어 사업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맺은 상황인데 사업적 의지와 가치가 훼손됐다고 본다"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OTT 플랫폼 육성, 세제 혜택, 콘텐츠 R&D 확대 등으로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열고 문화 수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진정한 경쟁력을 가진 토종 OTT가 나오려면 웨이브-티빙 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티빙(21.1%)과 웨이브(12.4%)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33.5%로 1위 넷플릭스(33.9%)를 바짝 뒤쫓는다.
티빙과 웨이브는 실시간 방송 채널과 한국프로야구 리그(KBO) 독점 중계 등 선호도 높은 구독자가 많은 만큼 양사 결합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OTT의 몸집과 규모를 키우고 정부의 지원도 합쳐지면 유료방송 시장 전반적인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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