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의원, '디지털자산기본법' 대표 발의
“스테이블코인 판 바뀐다”… 삼성·카카오도 진출 길
위믹스 사태 막는다… ‘디지털자산 심사기구’ 법으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 신설도 제도화
[이데일리 강민구 김아름 기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발행 근거를 마련하고, 자율규제를 제도화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10일 국회에 발의됐다. 그간 제도 미비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어온 블록체인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발행, 유통, 서비스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관련 법제를 도입해 시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국내는 그동안 명확한 법적 기반이 부재한 상황이었다.
법안이 통과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지고, 민간이 주도하는 ‘한국판 서클(Circle)’의 등장도 기대된다. 이를 통해 결제, 송금, 투자 등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실질적 활성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디지털자산 전문가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자본 5억·환불계획’ 갖추면 인가…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진입
10일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발행 근거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최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친(親) 가상자산 기조로 탄력을 받고 있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해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으로 정의하며, 원화 또는 외화 가치와 연동되면서 환불이 보장되는 구조로 규정했다. 발행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통해 허용되며, 사전심사에 따라 예비인가 또는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발행 자격 요건은 명확하다. △자기자본 5억 원 이상 확보 △이용자 보호 기준 충족 △재무건전성 요건 이행 △환불준비금 계획 수립 등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내 법인은 인가 신청이 가능하다.
이 법안은 제한적 발행 구조가 아닌 개방형 구조를 채택해 삼성전자(005930)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 카카오페이(377300) 등 핀테크 업계의 참여도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은 상장 이후 단기간에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국내에서도 법안 발의 소식에 힘입어 다날(21.8%), 카카오페이(12.12%), 핵토파이낸셜(10.17%) 등 관련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인가제 도입과 자격 요건 명시는 제도화의 출발점”이라며 “환매 구조와 준비자산 구성, 발행자 건전성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이 정밀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간 중심 자율규제체계·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 신설… “정책 현실성 높였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체계를 구축하고 대통령 직속 기구를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업계는 이 같은 조치가 제도적 안정성과 정책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고 평가하고 있다.
법안은 ‘디지털자산업협회’ 설립을 명시하고, 산하에 ‘거래지원적격성평가위원회’와 ‘시장감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들은 코인의 상장 및 상장폐지 심사, 불공정거래 감시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최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가 위믹스의 재상장폐지를 결정했지만, 평가 기준과 절차의 불투명성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번 입법을 통해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시장 질서를 관리하는 구조가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디지털자산위원회’는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민간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과거 정부의 ‘가상자산위원회’에 민간 인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반영한 조치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자산 산업은 실무 경험이 핵심인데, 기존 위원회는 현장성과 동떨어져 있었다”며 “이번에는 실무자 중심의 논의 구조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병덕 의원은 법안 발의 기자회견 후 “이번 법안은 일종의 가드레일 법안으로, 하반기 내 반드시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오프라인 달러 패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온라인 결제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흐름에 맞서 한국도 제2의 글로벌 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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