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지방의원 겸직 불편한 이해충돌 1편
2006년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
17개 광역의원 보수 6596만원
노동자 평균 연봉보다 75.5% ↑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례 숱해
전자칠판 입찰 논란 터진 대전시
전자칠판, 뇌물 받은 인천시의원
그럼에도 겸직하는 지방의원들
지방의원 겸직 허용 따져봐야
# 혹시 아는가. 지방의원은 아직까지 '겸직'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예직이었을 땐 무보수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의원들이 받은 평균 의정활동비는 연평균 6596만원에 이른다. 한달치로 환산하면 549만원이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지방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다행이지만, 후유증도 적지 않다. 그중 가장 심각한 건 '이해충돌' 가능성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개 지방의회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례를 점검한 결과는 참담했다. 2022년 7월에서 2024년 8월 사이에 2318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한곳당 연 58건, 월 4.8건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례가 터진 셈이다.
# 문제는 지방의원의 이해충돌이 지역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근엔 아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일까지 터졌다.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등지에서다. 지방의원의 겸직 문제,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 걸까. 이단비(국민의힘) 인천시의원의 학벌 비하 댓글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지금, 더스쿠프가 새 視리즈 '지방의회 겸직, 그 불편한 이해충돌'에 펜을 집어넣었다.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의원이 받는 의정활동비는 연 6596만원에 달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지방의원은 겸직이 허용된다. 돈을 벌면서 지방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이를 두고 숱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의원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사례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어서다. 지방의원이 받는 돈이 적은 것도 아니다. 17개 광역시의원이 받은 의정활동비는 지난해 연 6596만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연봉보다 75.7% 많은 금액이다. 지방의원의 겸직 허용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입법立法'.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공통분모다. 국회의원은 법을, 지방의원은 조례를 만든다. 둘 사이엔 커다란 차이점도 있다. 겸직兼職 여부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원칙적으로 겸직할 수 없다.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職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국회법 제29조)."
입법기관이란 국회의원의 헌법적 지위를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국회의원이 입법 등의 활동을 통해 이권에 개입할 수 있어서다.[※참고: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국회의원을 임명·위촉하도록 정한 직은 예외다.]
반면, 지방의원은 겸직이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이유는 '돈'이다. 민선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1995년 6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지방의원은 무급·명예직이었는데, "영리활동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겸직을 허용했다. 무급·명예직이어서 지방의원의 겸직을 허용한 프랑스·독일 등 여러 유럽국가와 같은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2006년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의원 유급제'를 도입했다. 이를 근거로 지방자치단체는 그해 1월부터 지방의원에게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의원은 여전히 겸직할 수 있다. '시행령' 위에 있는 지방자치법에서 겸직을 금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지방의원의 겸직을 허용하되, 겸직 내용을 연 1회 이상 공개하도록 한 것이 전부다.
지방자치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법 제43조에 따르면 지방의원 당선 전부터 다른 직업을 가졌거나 당선 후 다른 직에 취임한 경우 지방의회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면 된다.
이유는 이번에도 '돈'이다. "지방의원의 수당이 많지 않아 겸직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참고: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지방의원이 겸직할 수 없는 직업은 국회의원, 다른 지방의회의원, 공공기관 임직원, 지방공사 임직원 등이다. 지방의원이 속해 있는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된 사업과 영리활동도 제한된다.]
그렇다면 지방의원이 받는 보수는 어느 정도일까. 도대체 얼마나 적길래 겸직까지 허용한 걸까.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종합공개시스템 '내고장알리미'의 자료를 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의원의 보수는 연평균 6596만원이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549만6000원이다.
2023년 5940만원 대비 10.0% 늘어난 수치인데, 수당과 의정활동비로 각각 4196만원(월 349만6000원), 2400만원(월 200만원)을 받았다. 예상보다 많은 보수다. 지난해 8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평균 연봉이 3753만6000원(월평균 312만8000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지방의원의 보수가 75.7% 더 많다.
이렇게 보수 수준이 적지 않은데도, 지방의원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보수만 논란이라면 다행이지만 더 큰 문제도 있다. 이해충돌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2년 7월~2024년 8월 지방의회 20곳(광역의회 7곳+기초의회 13곳)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는 심각했다.
부정적 수의계약, 민간부문 활동 관리 부실 등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사례가 2318건이나 됐다. 지방의회 1곳당 연 58건의 이해충돌 위반 사례가 발생한 셈이다. 한달로 계산하면 4.8건에 이른다.
특히 지방의회에서 일하기 전 활동했던 업무내역을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지방의원은 518명 중 절반이 넘는 308명에 달했다. 지방의원이나 그들의 가족이 소유한 업체와 체결한 수의계약도 1300건(약 3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모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다.
문제는 지방의원의 '이해충돌'에서 비롯된 병폐가 주민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근엔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2024년 인천에서 터진 '전자칠판 부정부폐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천광역시 시의원은 특정 업체의 전자칠판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납품금액의 20%를 리베이트로 받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대전광역시에서도 시의원이 전자칠판 입찰 방식을 변경하는 데 깊숙이 개입한 사건을 두고 아직까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전시 전자칠판 업계 관계자는 "대전시가 전자칠판 사업을 시작한 다음해인 2022년부터 한 시의원이 사용자의 선호도를 반영한 입찰 방식을 계속해서 문제 삼았다"면서 말을 이었다.
"컴퓨터 업체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시의원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자 대전시교육청은 지난해 입찰 방식에서 사용자 선호도를 제외했다. 하지만 선호도를 제외하고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한 입찰에서 사양이 떨어지는 제품이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 함께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바꾼 컴퓨터(PC)에선 지난해 낙찰된 업체가 파산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시의원의 현실에 맞지 않는 요구가 아이들의 교육권까지 침해한 셈이다."
지방의원은 이제 무보수 명예직이 아니다. 생계를 유지하고도 남을 만큼의 보수를 받고, 나름의 권력도 행사한다. 이런 맥락에서 '겸직'을 허용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국민권익위원회, 사진|뉴시스]
이가희 경실련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지방의원들이 받는 의정활동비는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다"며 "그럼에도 숱한 논란을 일으키는 겸직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광역·기초자치단체를 대변하는 지방의원은 국회의원 못지않게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지방의원의 활동이 제대로 검증받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새 視리즈 '지방의원 겸직, 그 불편한 이해충돌'을 통해 지방의원에겐 왜 겸직이 허용됐는지를 따져볼 계획이다. 지방의원의 이해충돌이 아이들의 '교육권'을 어떻게 침해했는지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어지는 2편에선 대전시 전자칠판 사례를 조명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