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진보네트워크센터·함께하는시민행동은 1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년간의 소송 끝에 한국 이용자에게 개인정보 열람메뉴를 한국어로 제공하기로 구글과 합의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구글이 제3자에게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공한 내역을 한국어 누리집을 통해 알리기로 했다. 국내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단 정보수집을 폭로한 ‘스노든 사태’ 이후 10년 넘게 구글과 싸워 얻어낸 결과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진보네트워크센터·함께하는시민행동은 1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일 구글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인권활동가)에 대한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을 원고들에게 알리고, 구글이 한국 이용자를 위해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추가로 개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에 소속된 활동가 6명은 지난 2014년 7월 개인정보보호법(당시 정보통신망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 열람권’에 근거해 구글코리아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미 국가안보국의 전방위 정보 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PRISM)에 협조해 미국 이외 지역의 이용자 정보도 미 정보기관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였다.
1·2심은 국내법에 따라 원고의 개인정보 열람권을 인정하면서도 ‘미국법에서 구글에 비공개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선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3년 4월 원고 쪽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국가 안보나 범죄 수사 등의 사유로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법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개인정보 열람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다만, 원고 6명 가운데 개인정보 열람권 행사를 인정받은 건 2명에 그쳤다. 구글 계정의 일부 서비스(메일)를 업무용으로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11년 동안 이어진 소송 끝에 원고와 구글은 파기환송심을 중단하고, 지난 2일 구글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원고의 개인정보 등 제3자 제공 내역 열람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또 구글은 원고들의 열람 요구와 관련해 미국법상 비공개 의무가 해제됐음을 미국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통보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원고에게 문서로 제공할 것도 합의했다. 이와 함께 구글이 미국법에 따른 비공개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 이용자들의 폭넓은 열람권 보장을 위해 한국어 누리집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도 합의에 포함됐다.
정남진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에스케이(SK)텔레콤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개인정보 관련 법령들은 이에 대한 책임과 배상을 강제하는데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새 정부에서 이번 소송 결과를 잘 반영해 기업이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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