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성낙윤 기자]
<앵커>
이재명 대통령의 라면값 발언이 관련 기업의 주가에도 이틀 연속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내 라면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농심과 삼양식품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는 모습인데요,
왜 그런 건지, 앞으로는 어떨지 산업부 성낙윤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성 기자, 라면 기업들의 주가가 움직이는 건, 결국 가격 인하 압박 때문인 거죠?
<기자>
맞습니다.
어제(9일) 이재명 대통령이 '라면 1개가 2천원이냐'라고 짚으면서 식품업계, 그 중에서도 라면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정부가 당장 라면값 인하를 요구한 건 아니지만, 강도 높은 물가 대책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곧 나올 물가안정 대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정부 기조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데요.
실제 윤석열 정부 초기였던 지난 2023년에는요,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을 언급하며 압박하자 라면뿐만 아니라 제과업체, 제빵업체들까지 연이어 제품가를 내렸습니다.
높은 원자재 가격, 환율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주목할 점은 라면 1, 2위 농심과 삼양식품을 향한 투심이 갈린 겁니다.
농심은 어제 5%가까이 급락했고, 오늘 오후 1시 기준으로도 파란불을 켰는데요.
반면 삼양식품은 이틀 연속 상승세입니다.
<앵커>
같은 라면을 파는 두 기업, 뭐가 다른 겁니까?
<기자>
우선 지난 1분기 실적을 살펴볼까요.
농심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8,930억원, 영업이익은 9% 감소한 56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삼양식품은 매출 5,290억원, 영업이익 1,340억원을 올렸는데요.
각각 37%, 67% 급성장했습니다.
매출액 자체는 농심이 크지만, 영업익과 성장성은 삼양식품이 더 높은 거죠.
특히, 두 기업은 '내수 경기 민감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높은데요.
1분기 기준 재작년 64.3%에서 지난해 74.9%, 올해 80%까지 올라왔는데, 내수 비중이 20%에 불과한 셈입니다.
또 삼양식품은 2023년 7월부터 제품가격을 동결 중인데, 실적은 매 분기 신기록을 경신 중인 만큼 내수 영향이 낮다는 분석입니다.
오히려 해외 사업 성장세가 지속되며 국내 경기에 상관없이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시장은 전망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주요 시장 내 불닭볶음면 초과 수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7월 밀양 2공장 가동 이후 미국 라면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럼 농심은 상황이 반대인 건가요?
<기자>
농심은 지난 1분기 기준 해외 비중이 38.8%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매출의 60% 이상을 내수 시장에 의지하고 있단 뜻이죠.
정부 방침으로 가격 인하 압박을 받으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농심은 지난 3월 신라면 등 라면·스낵류 17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 바 있습니다.
현재 수준의 이익체력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걸 반증한 셈이죠.
하지만 농심에게도 성장 모멘텀은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올 하반기 추경 집행 등 정책 효과로 내수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유안타증권은 "백화점·할인점 등 전통 유통 채널의 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 라면 등 필수식품 수요 반등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산업부 성낙윤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노수경, CG 김찬주
성낙윤 기자 nys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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