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료硏, 핵융합 철강재료 ‘K-RAFM’ 개발
한국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꿈의 에너지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가능케할 핵심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재료연구원(KIMS) 극한재료연구소 이창훈 박사 연구팀이 초고온, 고에너지입자 등 극한 환경의 핵융합로에 사용이 가능한 저방사화(RAFM, Reduced Activation Ferritic/Martensitic) 철강, 일명 ‘K-RAFM’ 철강을 개발했다. K-RAFM 철강은 타 국가에서 개발 중인 기존 저방사화 철강과 차별화되는 합금 성분과 우수한 특성을 가져, 한국형 핵융합로 핵심 소재를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핵융합 반응은 태양에너지와 같은 원리로,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서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되는 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매우 큰 에너지가 발생하며, 이를 전기에너지로 활용하는 게 핵융합 발전이다. 핵융합 발전은 핵폐기물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미래의 대량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핵융합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1억℃의 초고온을 견디고 고에너지의 중성자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저방사화 철강이 필수다. 하지만 저방사화 철강은 크롬(Cr)을 함유하고 있어 거칠고 큰 입자의 크롬계 탄화물을 생성한다. 이는 파괴 저항성(깨지지 않는 힘)을 저하한다. 또한, 핵융합 반응 중에 발생하는 고에너지 중성자가 저방사화 철강의 특성을 떨어뜨린다는 점도 각국의 연구진이 풀지 못한 숙제였다.
핵융합 철강재료 ‘K-RAFM’을 개발한 연구진. 김치원(왼쪽부터) 선임연구원, 이창훈 박사, 최단웅 박사과정 학생연구원.[한국재료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RAFM’ 철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저방사화 철강에 소량의 타이타늄(Ti)을 첨가하고 열처리 온도를 낮추는 공정을 적용했다. 타이타늄은 미세한 MC 탄화물 생성을 유도해 크롬계 탄화물의 크기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열처리 온도를 기존 760℃에서 730~740℃ 수준으로 낮춰 크롬계 탄화물을 더 미세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저방사화 철강 내부 구조가 더욱 치밀하고 균일해지면서, 파괴 저항성과 조사 저항성이 대폭 향상됐다. 이러한 결과로, ‘K-RAFM’ 철강이 핵융합로 안전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RAFM강은 핵융합로의 블랑켓(핵융합로 내부 벽을 보호하는 구조물), 내부용기, 디버터(핵융합로 내부 불순물을 제거하는 장치) 등 핵심 구조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우주 환경 구조물 등 방사선과 고온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다양한 첨단 분야로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향후 핵융합 실증로(시험용 발전소) 건설을 대비해 대량생산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창훈 박사는 “K-RAFM 철강이 상용화되면 핵융합 발전소의 안전성 확보와 소재 기술의 자립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성과가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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