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상흑자 57억달러, 전월比↓…'외국인 배당 집중' 영향
예년 4월 대비로는↑…상품수지 흑자폭↑+배당수입 증가로 상쇄
불황형 적자 판단 일러…에너지류 제외 시 1~4월 수입 2.9%↑
관세 영향 하반기 본격화…유가하락 따른 수입감소, 경상흑자 전망치↑
지난 4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5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으나 흑자 폭은 전월(91억4000만달러)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4월 외국인 배당지급 집중에 따른 계절적 요인으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상품수지는 반도체 수출 증가세 확대 등 IT 품목 호조세가 이어진 데다 에너지 가격 하락 등에 수입이 줄면서 전월보다 흑자 폭을 키웠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 확대·수입 감소…상품수지 89.9억달러, 흑자 폭↑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4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57억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 5월 이후 24개월 연속 흑자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외국인 배당 계절 요인으로 전월 대비 줄었으나, 예년 4월 대비로는 큰 폭의 흑자다. 전년 동기(14억9000만달러) 대비로도 크게 확대됐다. 4월만 놓고 보면 2015년, 2014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흑자 규모다.
경상수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전월 대비 흑자 규모를 소폭 키웠다. 지난 4월 상품수지는 89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84억9000만달러)과 전년 동월(52억4000만달러) 대비 모두 흑자 폭이 커졌다.
수출은 585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2개월째 증가세를 보이는 등 IT 품목의 호조세가 지속된 데다 비IT 품목도 의약품, 철강 등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늘었다. 지난 4월 통관기준 IT 품목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8%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118억1000만달러로 16.9% 늘었고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6.3% 증가했다. 비IT 품목 역시 0.6% 증가했다. 의약품(22.3%)과 철강 제품(8.1%) 수출이 늘면서다. 다만 승용차(-4.1%)와 석유제품(-13.8%) 수출은 줄었다.
수입은 495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감소세가 확대되고 소비재 수입도 줄면서 감소 전환했다. 지난 4월 원자재 수입은 통관기준 247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줄었다. 석탄(-38.5%), 원유(-19.9%), 가스(-11.4%), 화공품(-5.4%) 등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석유제품은 0.7% 소폭 상승했다. 소비재 역시 91억5000만달러로 2.1% 감소했다. 곡물(-11.5%), 비내구소비재(-3.3%), 승용차(-2.8%) 수입이 줄었다. 자본재는 194억7000만달러로 8.7% 늘었다. 반도체 제조 장비(26.8%)와 수송 장비(20.8%), 정보통신기기(9.8%), 반도체(1.1%)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현 상황을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해 흑자로 기록되는 '불황형 흑자'로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진단이다. 1~4월 누적으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고, 수입은 2.1% 줄었다. 그러나 수입 감소의 상당 부분이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류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 효과를 제외하면 수입은 자본재 위주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에너지류 수입은 14.2% 감소했으나, 이를 제외한 비 에너지류 수입은 2.9% 늘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부장은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 등자본재를 중심으로 탄탄하게 늘고 있다"며 "소비재는 다소 부진하나 유가 하락 영향을 제외하고 보면 불황형 흑자라고 얘기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 배당 시즌, 본원소득수지 적자 전환…운송수지 부진
본원소득수지는 1억9000만달러 적자로, 배당소득수지를 중심으로 적자 전환했다. 4월 배당소득수지는 6억5000만달러 적자로, 외국인 앞 배당지급 집중에 따른 계절적 요인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러나 적자 규모는 예년 4월보다 상당폭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억3000만달러)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외국에서 들어오는 배당수입 역시 늘며 배당지급 감소 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한 영향이다.
여행수지, 운송수지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수지는 28억3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며 전월(-22억1000만달러)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운송수지(-1000만달러)가 연초(1월15일 중동 휴전) 이후 컨테이너 운임 하락세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며 15개월 만에 적자 전환한 영향이다. 기타사업서비스수지 역시 15억1000만달러 적자로 전월(-11억달러)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일시적으로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서비스 지급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여행수지 적자는 5억달러에 그쳤다. 봄철 외국인 여행 성수기(3~5월) 영향으로 전월(-7억2000만달러)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45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전월(78억2000만달러) 대비 증가 폭이 줄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자동차, 2차전지 등 주력 업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며 30억달러 증가했다. 외국인 국내 투자는 3억2000만달러 줄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23억3000만달러 늘었다. 외국인 국내 투자는 글로벌 무역 갈등 격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 주식을 중심으로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파생금융상품은 11억달러 증가했다. 기타투자는 자산이 기타자산을 중심으로 28억4000만달러 늘었고 부채는 차입을 중심으로 74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준비자산은 98억1000만달러 줄었다.
연합뉴스
유가 하락에 수입 감소, 올 경상흑자 전망 750억달러→820억달러…"관세 영향 하반기 본격화"
계절 효과가 사라지는 5월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4월 대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 부장은 "5월 통관무역수지는 4월 대비 늘었다"며 "본원소득수지가 부진한 계절적 영향도 해소되면서 5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4월 대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달 '5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820억달러로 2월 전망(750억달러)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5월 전망은 2월 전망을 밑돌 것이란 예상을 깬 결과다. 송 부장은 "가장 큰 원인은 유가 하락"이라며 "이로 인해 수입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했다. 이 영향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1~4월 수출 역시 (2월 전망보다) 견조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상수지 역시 양호했다는 설명이다. 송 부장은 "5월 전망에서 올 상반기 328억달러 흑자를 예상했는데, 4월까지 24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며 "5, 6월 수치를 더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 본격화할 미국 관세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 부장은 "품목별 관세는 3월 철강·알루미늄, 4월 자동차, 5월 자동차부품 등에 적용되고 있고 기본관세 10%도 부과되고 있다"며 "상호관세가 일시적으로 유예됐으나 계약부터 수출까지의 시차(철강), 판매가격 동향과 현지생산 정도(자동차) 등에 따라 관세 효과는 하반기 이후 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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