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미 와일드타입, 음식점부터 공급키로
영양분 같으면서 환경오염 우려 없어
와일드타입의 배양육 연어 덩어리와 이를 이용해 만든 초밥 요리. 와일드타입 제공
세포를 배양해 만든 연어가 시판된다. 닭이나 소 등의 가축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이 아닌 배양 해산물이 시판되는 건 처음이다.
미국 식품의약품(FDA)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와일드타입(Wildtype)이 승인을 신청한 배양육 연어에 대해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축산물 시판은 제조 공정과 관련해 농무부의 승인도 거쳐야 하지만, 해산물은 별도의 농무부 승인 절차가 필요 없다.
이 회사는 2022년에 식품 승인을 신청한 이후 지금까지 안전성과 관련한 제조공정을 8차례에 걸쳐 수정했다.
이로써 와일드타입은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 굿미트(GOOD Meat)의 배양육 닭고기에 이어 미국에서 세포배양 식품 승인을 받은 세번째 기업이 됐다. 캘리포니아의 미션반스(Mission Barns)는 지난 3월 배양 돼지기름에 대해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지만 농무부 승인은 아직 받지 못했다.
와일드타입의 배양육 연어를 재료로 쓴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유명 음식점의 요리. 와일드타입 제공
태평양 연어에서 세포 추출…에스케이도 투자
와일드타입은 이에 따라 즉시 배양육 연어를 식품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배양육 연어의 첫 공급처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유명 음식점이다. 이 음식점은 6월엔 매주 한 차례, 7월부턴 매일 배양연어를 재료로 쓴 음식을 메뉴에 올린다. 이 회사는 앞으로 4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다른 음식점 네곳에도 배양 연어를 공급할 예정이다. 회 쪽은 “일반 소매점 출시는 추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양육 연어는 태평양에서 잡은 연어에서 추출한 세포를 사용했다. 이 세포들은 맥주나 콤부차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수조에서 야생 어류가 잘 자라는 온도와 pH 조건 아래서 풍부한 영양 성분을 공급받으며 배양된다. 배양이 끝난 뒤엔 식물성 재료와 혼합해 연어의 구조와 질감을 재현했다.
와일드타입은 “배양육 연어는 일반 연어와 같은 양의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이 함유돼 있으면서도 중금속이나 항생제, 기생충 걱정이 없는 데다, 어업이나 양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에서도 자유롭다”고 밝혔다.
2016년 심장내과 의사와 외교관 출신의 두 창업자가 공동설립한 이 회사는 그동안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할리우드 영화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한국의 에스케이도 2022년 이 회사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에스케이는 2020년대 들어 식물성 단백질, 미생물 발효 단백질 등 대체육 식품 분야를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선정해 투자를 다각화하고 있다.
와일드타입의 배양육 연어롤. 와일드타입 제공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가격
와일드타입은 세계적으로는 식품 승인을 받은 일곱번째 배양 단백질 식품 회사다. 이 회사에 앞서 승인을 받은 회사는 잇저스트의 굿미트(싱가포르, 미국), 업사이드푸드(미국), 미션반스(미국), 알레프팜스(이스라엘), 보우(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미틀리(영국)이다. 유럽연합, 스위스, 타이에서도 현재 세포 배양 식품 승인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엔 4건이 추가로 심사 중이다.
배양육은 2020년대 초반 미국,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으나 이후 상품화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아직 본격적인 시장은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가격 경쟁력이 낮은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올해 초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 단백질 식품의 성공 열쇠는 ‘축산 고기’와 비슷한 맛이 아니라 부담없는 가격인 것으로 분석됐다.
신기술과 전통 산업의 이해충돌도 주요한 걸림돌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와 지역에선 전통적 식문화와 축산농 보호,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배양육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탈리아는 2023년에 배양육 금지를 결정했으며 미국에서도 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이 배양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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