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왼쪽), 유지환 박사과정생(오른쪽) /사진=KAIST
선천성 난치병을 치료할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RNA(리보핵산) 유전자 가위 기술이 한 단계 발전했다. 국내 연구팀이 세포 내 존재하는 수많은 RNA 중 원하는 RNA만 골라 화학 변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카이스트)는 허원도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RNA 유전자 가위 시스템(CRISPR-Cas13·크리스퍼 캐스나인)을 이용해 몸속 특정한 RNA를 화학적으로 변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이달 2일 게재됐다.
RNA는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단백질을 만드는 핵심 분자다. 바이러스의 RNA를 제거해 감염을 억제하거나, 선천성 난치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특히 '화학 변형'이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RNA의 특성과 기능을 바꿀 수 있다. RNA 염기 서열 자체는 바꾸지 않되, 기존 그룹에 특정한 화학 그룹을 추가해 RNA의 성질과 역할을 바꾸는 기술이다.
연구팀이 활용한 '시티딘 아세틸화(N4-acetylcytidine)'도 화학 변형의 하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티딘 아세틸화가 세포 내에서 정확히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티딘 아세틸화가 일어날 때 인간 세포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단백질을 만드는 RNA)에 실제로 변형이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캐스나인'에 RNA를 아세틸화하는 변이체를 결합했다. 이를 '표적 RNA 아세틸화 시스템'이라고 한다. 원하는 RNA만 정확하게 골라서 아세틸화하는 표적 RNA 변형 기술이다.
이를 적용한 결과 세포 내 원하는 RNA에 아세틸화 화학 변형을 가할 수 있었고, 아세틸화된 mRNA에서 단백질 생산량이 늘어남을 확인했다. 나아가 실험 쥐의 간을 통해 동물 몸속에서도 RNA 아세틸화가 정상적으로 일어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RNA 화학 변형 기술을 생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했다.
또 RNA 아세틸화로 인해 RNA가 세포핵에서 세포질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아세틸화 화학 변형이 세포 내 RNA의 '위치 이동'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를 진행한 허 교수는 "기존 RNA 화학 변형 연구는 특정성, 시간성, 공간성 조절이 어려웠다. 이번 기술을 통해 원하는 RNA에 선택적으로 아세틸화를 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향후 RNA 기반 치료제 및 생체 내 RNA 작동을 조절하는 도구로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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