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구슬 표면에서 이산화탄소(위)가 메탄(아래)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 UNIST 제공
국내 연구팀이 직경 수 밀리미터(mm)의 작은 쇠구슬을 이용해 상대적 저온인 65℃에서 이산화탄소(CO2)를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으로 전환하는 고효율 공정을 개발했다. 300℃~500℃의 기존 고온 공정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백종범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 임한권 탄소중립대학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65℃에서 고효율로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전환하는 기계화학 공정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공개됐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메탄 등으로 전환하려면 보통 수백도 이상의 고온 공정이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주요 해결 과제다.
연구팀은 내부에 작은 쇠구슬들이 들어있는 '볼 밀링(Ball Milling)' 장치를 활용해 저렴한 상용 촉매인 니켈(Ni), 산화지르코늄(ZrO2) 촉매와 원료를 혼합시켰다. 니켈은 수소 기체(H2)를 쪼개고 산화지르코늄은 이산화탄소를 활성 상태로 바꿔 수소와 반응해 메탄을 만들도록 한다.
볼 밀링 장치 내에서 쇠구슬이 가하는 충격·마찰은 산화지르코늄 촉매 표면에 있는 산소 원자를 분리시킨다. 산소 원자가 떨어져 나간 빈자리에는 이산화탄소가 효과적으로 포집된다. 이후 활성 상태가 된 이산화탄소는 수소와 반응해 메탄으로 전환된다.
연구팀은 65℃에서 투입된 이산화탄소 99.2%를 반응시켜 그중 98.8%를 메탄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또 상온보다 낮은 15℃에서도 이산화탄소의 반응 참여는 전체 81.4%, 메탄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98.8%로 높았다.
경제성 분석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은 반응 온도가 낮고 상용 촉매를 별도의 전처리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와 생성물을 지속적으로 주입·배출하는 연속공정에서도 효율이 높아 산업용 대량 생산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평가다.
임 교수는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력 소비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와 연계하면 기존 열화학 반응 대비 정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고온·고압 장비 없이도 현장에서 이산화탄소를 즉시 연료로 바꿀 수 있어 탄소 배출 저감은 물론 장비 투자와 운송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신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65-025-01949-6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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