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WWDC서 AI 혁신 대신 디자인 개편 방점
CNN "애플, 경쟁사 AI 따라잡을 뿐 혁신 주도 안 해"
애플은 리퀴드 글라스를 적용한 iOS26을 공개했다. /사진=애플
애플이 연례 최대 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5에서 AI 보단 디자인 개편에 방점을 찍었다.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 자사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며 주목받았던 최근 2년과 달리, 올해는 신제품이나 AI 혁신이 없어 "볼거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이 글로벌 AI 경쟁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며 주가는 1.21% 하락 마감했다.
9일(현지시간) 애플은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WWDC를 열고 올가을부터 선보일 소프트웨어를 발표했다.
애플은 리퀴드 글라스(Liquid Glass)로 불리는 반투명 디자인을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애플TV 등 모든 생태계에 적용한다. 알림창이나 아이콘, 위젯, 버튼을 뒷배경이 비치는 투명한 유리처럼 만들었다. 실제 유리처럼 주변 콘텐츠에 따라 색상이 달라진다. 이런 대대적인 OS(운영체제) 디자인 변화는 2013년 iOS7 출시 이후 12년 만이다. 앨런 다이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은 "리퀴드 글라스는 완전히 새로운 표현 기법"이라며 "유리의 광학적 특성에 유동적인 감각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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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자체 AI에 실시간 번역 추가했지만…"삼성에 뒤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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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타임 중 실시간 번역기능. /사진=애플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에 실시간 번역 기능을 추가하고 텍스트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젠모지·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를 고도화하는 등 AI도 일부 업데이트했다. 단,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엔 챗GPT가 활용된다. AI가 발신자 정보를 파악해 전화를 차단하는 '스크리닝'도 추가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AI가 자동으로 발신자의 이름과 통화목적을 남기도록 해 전화를 받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돕는 기능이다. AI가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도 별도 폴더로 분류하고 알림을 보내지 않는다.
애플은 모든 개발자가 기기 내 AI 모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도 선보였다. 이는 앱 개발자들이 무료 애플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도 구동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예컨대 교육 앱에선 이를 활용해 클라우드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없이도 이용자의 필기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퀴즈를 제공하거나, 아웃도어 앱에선 오프라인에서도 작동하는 자연어 검색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에어팟은 이동 중이나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스튜디오처럼 향상된 음질로 녹음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카메라 리모컨 기능을 도입해 멀리서도 에어팟 기둥 부분인 스템을 눌러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손목을 돌리는 제스처로 애플워치의 모든 알림을 끌 수 있게 하는 등 소소한 업데이트가 이어졌다.
다만 AI 비서 '시리'의 혁신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은 "시리를 더욱 개인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내년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N은 "애플은 AI를 따라잡을 뿐 AI 혁신을 주도하진 않는다"며 "애플의 통화·메시지 번역, 통화 스크리닝 등은 구글과 삼성전자의 초기 AI 앱 중 일부다. 애플이 이에 발맞추는 동안 경쟁업체들은 새로운 AI 도구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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