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신네르 꺾고 2연패
5시간 29분 접전… 3대2 역전승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필립-샤트리에 코트 관중석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승리는 가장 끈질긴 자의 것(La victoire appartient au plus opiniâtre)’. 클레이(점토) 코트는 공이 오가는 속도가 느리다. 끈질기게 뛴다면 어떤 상황이든 바꿀 수 있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문구는 9일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에게 닿았다.황제와 즐겁게 '찰칵' - 카를로스 알카라스(가운데)가 9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트로피를 앞에 놓고 볼키즈들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알카라스는 이날 프랑스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얀니크 신네르(24·이탈리아)를 5시간 29분 접전 끝에 세트 점수 3대2로 눌렀다. 프랑스오픈 결승전 역사상 최장 경기 시간. 종전 기록보다 47분 길었다. 더구나 먼저 2세트를 내준 뒤 내리 3세트를 이긴 대역전극이었다.그래픽=박상훈
백미는 4세트였다. 세트 점수 1-2, 게임 점수 3-5, 게임 포인트 0-40. 한 번만 삐끗하면 경기가 끝나는 절체절명 위기에서 알카라스는 혼신을 다한 서브로 반격을 가했다. 붉은 점토 위를 폭발적으로 가른 공이 신네르를 흔들었고, 듀스를 깨고 앞서가는 결정적 서브에 신네르는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못했다. 절벽 밑에서 올라와 기어코 게임을 따낸 알카라스에게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흐름이 바뀌었다. 타이브레이크(7-3)로 4세트를 따낸 알카라스는 5세트 역시 타이브레이크(10-2)로 마무리했다. 그는 “진정한 챔피언은 역경 속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승전은 스쳐가는 또 하나의 메이저 대회 승부가 아니었다. 두 선수는 이번 프랑스오픈을 포함해 지난 6개 메이저 우승을 3개씩 나눠 가졌다. 그리고 둘은 이날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처음 맞붙었고, 명승부를 연출했다. 알카라스와 신네르가 새로운 ‘빅 2′라는 걸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다. 전설적 선수 존 매켄로(7차례 메이저 우승)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영광이다. 인생 최고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처절하지만 정직한 승부욕도 주목을 받았다. 두 선수는 각자 한 번씩 자기에게 유리한 오심을 정정해 상대에게 포인트를 넘겼다. 알카라스는 2세트 초반 ‘아웃’ 판정을 받은 신네르 서브를 “라인 안이었다”면서 번복하게 했다. 신네르도 심판이 실수로 자기 득점으로 처리한 상황에서 직접 “내 점수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둘 다 쫓기고 있던 상황이라 더 인상적이었다. 신네르는 “알카라스는 나를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그 덕분에 뭘 개선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알카라스는 “신네르는 가장 큰 자극을 주는 존재”라고 했다. 맞대결 전적은 알카라스가 8승 4패로 우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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