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번주에 대기업 총수 만난다
12~13일께 회동 추진
총수·경제단체장과 상견례
관세 등 경영상황 직접 점검
취임 열흘도 안돼 '빠른 소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 등 5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강조해 온 만큼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 투자를 당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대내외 경영 환경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인 12~13일 재계 총수 및 주요 경제단체장과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 대상이다.
경제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회동은 취임 열흘이 못 돼 이뤄지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 만찬에 재계 총수를 초청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50일이 지나서 회동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인들을 만나 국내외 경제 상황에 관해 직접 설명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는 산업계의 방안을 청취하는 등 본격화할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을 준비하는 차원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회동 추진은 현재 확인된 일정이 아니다”고 했다.
"경제살리기 중심은 기업"…수출 타격·내수 침체 '내우외환'
5대 총수 등과 속도감 있는 소통…인수위 없었던 文, 50여일 걸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10여일 만인 오는 12~13일 5대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려는 건 민생 경기와 경제 상황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수 부진 등 국내 경기 침체 속에서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발(發) 관세 전쟁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기업 중심의 경제 살리기”를 강조해 온 만큼 핵심 경제 주체인 민간 기업의 경영 애로를 듣고 지원하기 위한 의지로도 해석된다.
◇李 “기업 중심 경제 살리기”
9일 여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최대한 빠르게 기업인들과 만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어느 때보다 기업 경영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업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가 역할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정부가 출범해야 해 이 대통령의 일정이 매우 촉박하게 돌아가지만 기업인들과 회동을 더 늦출 수 없다는 게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인식이다.
경제계에서도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이른 시일 내에 경제인들을 만나겠다고 한 것부터가 경제를 살리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했다.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 귀빈 만찬에 재계 총수를 초청했지만, 현안을 놓고 심도있는 논의를 한 건 아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50여일이 지난 미국 순방을 앞두고서야 총수들을 만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주요 그룹 총수를 직접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한 건 취임 6개월여 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후 9일 만에 재계 총수와 만났고, 취임 후 공식 초청 만남은 2달여 후였다.
◇美 관세 협상 대비 포석도
다음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대비해 경제계로부터 직접 경영 상황을 공유받고 점검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관세 관련 논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협상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이 대통령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인상으로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 ‘효자’인 자동차가 25%의 관세를 맞으면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수출금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32% 감소했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고용에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수출 감소가 장기화하면 타격이 커진다.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기업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에도 기업인들과 여러 차례 만나왔다. 지난 3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별도로 만났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과는 여러차례 회동을 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일정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았다. 경기지사 시절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수소전기트럭에 시승하기도 했다. 다른 총수들과도 공식·비공식적으로 만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재영/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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