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융복합 활성화에 SW역량 필수
공공SW사업 고질병 해결 나서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년에 걸친 국가 리더십 공백이 새 대통령 취임으로 메워졌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 한복판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게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확보 여부가 달렸다. 정부가 목표하는 'AI 3대강국(G3) 도약'을 실현하려면 AI의 근간인 소프트웨어(SW) 생태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AI G3 도약'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향후 5년간 AI분야 100조원 투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확보, AI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 '모두의 AI' 프로젝트 추진, AI인재 양성 교육 강화 등을 약속했다. 데이터 컨설팅사 피앰아이가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새 정부의 10대 공약 중 'AI·반도체·미래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강국 실현'(26.1%)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학계에선 이를 실현하려면 먼저 AI거버넌스, AI리터러시, 데이터, SW생태계가 뒷받침돼야할 것으로 바라본다. 새 정부는 AI거버넌스 정립을 위해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했고 국가AI위원회 역할 강화에도 나선다. AI리터러시 향상을 위해선 초중고 AI·SW 수업시수 확대, 생애주기별 AI교육체계 구축, 지역별 'AI기본역량센터' 설치 등을 추진한다. 또, 데이터 확보를 위한 '제2차 디지털뉴딜'과 거래를 돕는 '학습데이터 익명제'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SW산업 생태계 개선도 함께 약속했다는 점이다. 공약집에 따르면 수요예보, 일방적 과업변경 금지, 합리적인 사업대가 산정 등으로 공공SW 발주제도 혁신을 추진한다. 공공SW 개발단가 및 유지보수료를 현실화해 국내기업 역차별도 개선한다. 공공 클라우드의 민간 클라우드 전환 또한 적극 추진하겠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예산 후려치기'와 '고무줄 과업범위' 등 공공SW사업에 오랫동안 만연해온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I는 기본적으로 SW에 해당한다. AI전환(AX)과 융복합 활성화의 결실을 취하려면 AI산업을 포함한 SW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아직 국내 SW산업의 해외진출 비중은 게임을 포함해도 약 3%에 불과한 데다 상당부분 공공 수요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AI 관련 영역 또한 초기엔 정부의 마중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텐데 실제 공공SW사업 환경은 녹록치 않다.
앞서 한국AI·SW협회(KOSA)가 2023년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연매출 1000억원 이상 SW기업들(1000억클럽)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7.3%인데 이들 중 공공수주액 상위 20개사의 경우 -1.1%로 큰 차이를 보였다. 모든 매출규모 기준으로 살펴도 공공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이익률이 전체평균보다 5.6%포인트 낮았다. IT서비스업계에서 공공SW사업 적정대가 받기를 숙원으로 삼는 이유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굵직한 공공SW사업의 예산을 별다른 사유 없이 예타 결과보다 30% 이상씩 삭감하기도 했다. 당초 그렸던 사업 범위와 내용은 그대로 둔 채다. 그럼에도 SW의 특성과 '갑'인 발주기관 요구에 따라 현장의 과업은 그때그때 늘어났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2020년 SW진흥법 개정으로 과업심의위원회(과심위) 설치가 의무화됐으나 실제로 예산이 조정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미 국회엔 이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제시돼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국가계약법 일부개정안은 계약금액 조정 사유에 SW진흥법에 따른 과업내용 변경을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사유에 과심위 의결사항이 포함되지 않아 기재부가 신규로 예산을 추가 배정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함이다.
배턴은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에 넘어갔다. 나아가 이런 해결방안들을 실제로 정착시키고 보완하면서 지속가능한 SW산업 생태계를 가꿔나가는 것도 이재명 정부의 몫이다. AI G3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부터 제대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공공SW사업을 한다고 더 줄 것도 없고 일한 만큼만 달라는 것"이라며 "진정 AI강국을 이루려면 SW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열악한 공공SW사업환경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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