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정보화 사업을 둘러싼 발주자와 사업자 간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 정확한 사업 규모 산출을 위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발주자와 사업자 간 대부분 사업 범위를 놓고 이견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3자인 전문가가 개입해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고 이를 근거로 조율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차세대 사업을 발주하면서 기능규모(FP) 산출을 위한 자격 전문가를 포함해야함을 제안요청서(RFP)에 담았다.
감사원은 자체 산출한 FP 규모를 토대로 제안사(사업자)가 분석단계에서 산출한 FP 규모를 상호 확인해 협의·조정할 계획인데, 전문가를 통해 산출한 FP를 제안해달라는 것이다.
감사원이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은 객관적인 FP 규모 산정을 토대로 사업자와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공공 정보화 사업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FP 전문가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중소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대표는 “발주자와 사업자 대부분 사업 범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면서 “FP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가 개입해 제대로 된 FP를 제시한다면 발주자와 사업자 양측간 조율이나 합의가 이전 대비 원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공 정보화 사업 분쟁 상당수는 FP 규모에 대한 의견차가 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LG CNS와 대법원 간 차세대 시스템 분쟁(추가 과업에 대한 대가 요구)은 과업심의위원회를 거쳐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갔지만 양측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양측이 각각 주장하는 FP 규모차가 컸으며 FP 산정 결과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았다.
업계는 이 같은 분쟁을 줄이기 위해 정보화 사업 추진 시 FP 전문가를 요구하는 공공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FP는 일반 개발자나 정보화 담당자가 측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가용 문서 수집 △측정범위·경계 정의와 사용자 기능 요구사항 식별 △데이터 기능 측정 △트랜잭션 기능 측정 △기능규모 계산 등 절차가 복잡하고 단계별 난이도가 높다. 이 때문에 FP 국제자격 'CFPS' 등을 취득해야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지만 국내는 CFPS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인력이 많지 않다.
2004년 국내 처음 국제공인 CFPS 자격시험을 개최한 한국소프트웨어측정원의 이주헌 원장(한국외대 명예교수)은 “20여년 전 공공 정보화 사업이 태동할때 CFPS 자격을 보유한 이들이 주요 IT서비스 기업과 공공에 대거 포진했었다”며 “현장 곳곳에 FP 전문가가 자리잡고 객관적 FP 규모를 제시할 수 있도록 FP 전문가 자격 지원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수 천억원대에 달하는 차세대 사업의 경우 FP 전문가를 통해 제대로 된 사업 규모와 예산을 책정해야하는데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FP 전문가 양성은 공공 정보화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예산 측정을 통해 정당 대가를 지급하고 사업 품질을 높이는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설명: FP=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정보화 사업 규모 산정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무형의 SW 사업 규모를 책정하기 위해 기능별 점수 등을 구성해 총 사업 규모를 산정하는데 활용된다. ISO/IEC 20926 : 2009 국제표준에 따라 측정이 진행되며 관련 국제 자격증(CFPS)이 존재한다. 국내도 2000년대 초반부터 CFPS가 보급돼 한 때 한 해 수백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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