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법률문서 분석 '아이렉스' 김윤우·장일준 A2D2 공동대표 인터뷰
스캔문서·사진 등 증거 자료들
유형별로 정리해 쟁점만 분석
수 주 걸리던 작업 3일만에 끝내
"향후 교육·세무·의료 분야 확대"
김윤우·장일준(오른쪽) A2D2 공동 대표가 인터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수만 쪽에 달하는 증거 자료를 마주하는 순간 변호사는 법리보다 방대한 문서와의 싸움을 먼저 시작하게 된다. 각각의 파일에는 복잡한 정보가 빼곡히 담겨 있지만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고 순서도 뒤죽박죽이어서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자료 누락 여부도 명확하지 않아 같은 내용을 반복해 확인하는 일도 다반사다. PDF나 이미지 형식으로 변환된 파일 역시 실상은 아날로그 문서를 화면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검색이 되지 않고, 구조가 뒤엉켜 있으며, 내용이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소송을 치르기도 전에 문서 더미를 보며 진이 빠지는 이유다.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해주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이 있다. 수천~수만 쪽에 이르는 증거 자료를 단 2~3일 안에 깔끔하게 정리하고 분석해주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A2D2가 그 주인공이다. 회사명 A2D2는 'AI Analog Data Digitalization'의 이니셜을 차용해 만들었다. 뒤엉킨 아날로그 문서를 정제된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겠다는 기술적 사명과 방향성이 사명에 그대로 담겨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A2D2 김윤우·장일준 공동대표는 이구동성으로 "변호사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문서 분류 작업을 AI가 대신 처리해주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며 "변호사가 매일 문서와 씨름하는 고된 일상을 기술로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A2D2가 개발한 '아이렉스(AiLex)'는 문서 디지털화, 분류, 누락 탐지, 정보 요약 및 구조화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는 법률 문서 AI 분석 서비스다. 기존에는 변호사나 실무자가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문서 정리·요약 과정을 AI가 대신 수행한다. 업로드된 PDF, JPG 등 다양한 형식의 문서를 AI가 빠르게 분리하고 인식한 뒤 유형별로 정리하고 사건 흐름에 따라 재배치한다. 김 대표는 "아이렉스를 이용하면 요약 보고서 형태로 사건의 주요 쟁점과 진술 관계도를 받아볼 수 있다"며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만 수 주 이상 걸리던 작업이 단 1~3일 만에 끝난다"고 말했다. 증거 자료에는 글자가 잘 인식되지 않는 스캔 문서가 많은데 보통 인식률이 50% 수준이지만 아이렉스는 98% 이상을 자랑한다.
두 공동대표는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정보기술(IT) 전문가다. 김 대표는 KT그룹에서 AI·빅데이터 분석을 담당했고, 장 대표는 골드만삭스, 베인&컴퍼니 부파트너와 딥로직 대표를 지냈다. 최근에는 법무법인 원의 이영주 파트너 변호사가 법률 담당 최고책임자(CLO)로 합류했다.
A2D2의 출발점은 기술로 약자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과거 한 지인의 부탁으로 2만5000쪽짜리 사건 문서를 AI로 정리해준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김 대표는 "실제로 사건 문서를 처음 받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며 "어떤 파일은 수천 개 이미지가 뒤죽박죽 섞여 있었고 증거 페이지가 아예 빠져 있거나 중복 첨부된 것도 많아 AI 기술로 이 같은 문제를 풀어 억울한 피해자를 직간접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A2D2의 주안점은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변호사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장 대표는 "문서 분석에 속도가 붙으면 소송 전략 수립도 빨라지고 결국 더 많은 수임과 승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변호사의 핵심 역량이 데이터 정리에 매몰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톱10 대형 로펌 여러 곳에서 아이렉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반복 구매가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이렉스는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버전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변호사 개인이 직접 구독해 사용하는 형태로도 확장되고 있다. 기존엔 로펌 단위의 도입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소규모 법률사무소나 개인 변호사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A2D2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 리걸테크 시장은 물론이고 향후 사업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장 대표는 "1~2년 안에 변호사가 사건을 진행하는 표준 툴로 자리매김한 뒤 교육·세무·의료·금융 등 아날로그 문서가 많은 지식산업 전반으로 AI 디지털화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김대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