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 4.8%↑…시장 예상 하회
5월 CPI 0.1%↓…4개월 연속 하락
내수 부진에 무역 갈등 장기화 영향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중 관세 휴전에도 지난달 중국 수출과 물가 지표가 동반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와중에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동부 산둥성의 항구.(사진=AFP)
9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4.8% 증가한 3161억달러(약 429조원)였다. 수출 증가율은 시장 예상치인 5.0%를 밑돌았을 뿐 아니라 전월 8.1%과 비교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중국 수출이 주춤한 것은 대미 수출이 34% 급감한 탓이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세계 공급망이 차질을 빚은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미·중 양국이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상호 관세를 90일간 인하하기로 했음에도 중국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으로부터 수입액도 18% 줄어 전월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중국 전체 수입액도 전년동월대비 3.4% 감소한 2129억달러(약 289조원)로 집계돼 시장 예상보다 부진했다. 지난달 중국 무역수지는 1032억2000만달러(약 140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한 지난달 물가 지표도 중국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0.1% 하락해 지난 3월과 4월 낙폭을 유지했다. 중국의 CPI 상승률은 춘제(음력설) 소비 특수로 인해 지난 1월 0.5%를 기록했으나 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동월대비 3.3% 내려 2022년 12월 이후 3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과 소비 진작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으로 세관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재고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협상이 9일 영국 런던에서 재개될 예정이지만 희토류 통제 등 주요 현안에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용 불안에 더해 최근 자동차 가격 경쟁도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최근 대대적인 가격 할인에 나섰다. 지난 1년간 중국 시장에서 제품이 출시된 후 가격이 인하된 모델은 200종에 달한다.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신차를 출고 처리한 뒤 실제 운행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고차로 판매하는 ‘주행거리 0㎞의 중고차’도 등장했다.
황지춘 캐피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도 중국이 디플레이션 상태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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