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웹툰 종주국 '20년'] ④음지에 있던 웹툰을 양지로…다양성 확보는 숙제
[편집자주] 한국의 원조 콘텐츠 '웹툰' 산업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웹툰은 웹+카툰을 더한말로 해외에선 웹코믹스라 불린다. 웹툰의 인기는 드라마, 게임, 영화 등 다양한 K콘텐츠의 핵심 IP로 떠올랐다. 한류 바탕이 된 웹툰 생태계를 돌아본다.
20년 웹툰 산업의 명과 암/그래픽=김지영
웹툰 업계에서는 네이버웹툰의 등장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만화의 양지화로 꼽는다. 초창기 만화가 일부 덕후들이 즐기던 문화였다면 웹툰은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취지다. 웹툰의 등장으로 배고픈 직업이라던 만화가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6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 소속 수익 상위 1~100위 작가의 2023년도 연평균 수익은 100만달러(약 14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연 수입이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인 작가 수는 483명이고 네이버웹툰, 라인망가 등 웹툰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연 평균 수입은 4만8000달러(약 6565만원)로 나타났다.
웹툰 산업 전반적으로도 상황은 나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 작가의 연 평균 수입은 4268만원으로 나타났다. 웹툰 산업 매출액 규모는 2조18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증가했다. 작가 중에서는 연평균 3000만~5000만원의 수입을 거두는 작가가 39.3%로 가장 많았고 5000만원 이상 수입을 거두는 작가가 24.7%로 뒤를 이었다.
작가의 꿈을 이루기도 전보다 쉬워졌다. 과거에는 직접 그린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거나 기성 작가 밑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수련받았어야 했다면 지금은 누구나 온라인 플랫폼에 작품을 올려 독자로부터 평가를 받아볼 수 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은 직접 연재 계약을 체결해 정식 연재를 지원한다.
웹툰 산업이 이처럼 활발해지면서 과거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플랫폼과 작가 간 계약도 표준화됐다. 웹툰뿐만 아니라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드라마, 굿즈 등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가 활발해지면서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플랫폼과의 계약에는 2차 저작물 저작권 관련 내용까지 담겼다. 과거 도제식으로 일했던 보조작가도 최근 표준계약서로 권리를 보호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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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획일화' '불법유통' 등 어두운 면도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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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웹툰 산업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가운데 어두운 면도 서서히 부각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등 플랫폼의 등장으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장르 획일화다. 이는 최근 웹툰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작가들이 플랫폼 정식 연재 및 IP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그려 웹툰이 특정 장르에 치우치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네이버웹툰 장르를 분석한 결과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장르가 전체의 69.7%를 차지했다.
또 다른 문제는 불법 유통이다. 종이책에 비해 복제가 쉽고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이 퍼져있어 불법 유통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콘진원에 따르면 2023년 웹툰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약 4465억원이다. 웹툰 독자 중 20.4%가 불법 유통 콘텐츠를 접했다고 응답했다. '2023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54.6%가 '저작권 침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범강 만화웹툰협회총연합 회장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이 생기면서 트렌디하고 유행하는 장르에 편중되는 현상이 생긴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플랫폼도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작가나 스튜디오도 여러 장르의 작품을 그릴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인기 작가가 웹툰 산업을 견인해 나가는 것도 좋은 현상이지만 웹툰 산업이 계속 성장하려면 중간 지대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면서 "상중하 구조를 없애기는 힘들지만 중간 지대를 폭넓게 확보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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