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브리핑룸 개선 방안으로 카메라 추가 설치 발표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중요
[임병도 기자]
![]() |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경호처 인사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대통령실이 브리핑룸에서 질문하는 기자들의 얼굴을 생중계로 보여주겠다고 하자 일부 언론에서 '언론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8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민과의 소통과 경청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에 발맞춰 대통령실 브리핑룸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며 "대통령과 언론과의 소통 현장을 다양한 각도에서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 4대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 대변인과 관계자들만 비추던 기존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기자 여러분이 질의하는 모습과 현장 상황을 쌍방향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겠다"라며 "이는 국민들의 알 권리와 브리핑 투명성을 높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계약 발주와 카메라 설치를 거쳐 6월 중순 이후 시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실이 브리핑룸에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한다고 하자 <한국일보>는 "강성 지지자 공격에 대한 언론인 보호 방안은 빠져 있어 언론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미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옛날부터 이 대통령 등에게 불편한 질문을 하는 언론인의 영상을 편집해 '쇼츠'(길이가 짧은 동영상) 등으로 박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심지어 언론인 질문의 취지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영상들도 줄기차게 올렸다. 오히려 언론인을 공격함으로써 수익을 벌어들이는 체계가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일보 "질문하는 대통령실 기자 생중계로 비춘다... 李 대통령 직접 지시"
<한국일보>의 보도에 대해 누리꾼들은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윤석열 정부에선 제대로 질문도 하지 못했던 기자들이 이재명 정부에 대해 과도하게 딴죽을 걸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백악관 브리핑룸에선 당연한 일이 왜?
![]() |
▲ 백악관 브리핑룸에 있는 기자들 모습 |
ⓒ 유튜브 갈무리 |
백악관 브리핑룸을 보면 우리나라 대통령실 브리핑룸과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먼저 브리핑룸이 굉장히 좁습니다. 좌석도 49개로 고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자들이 서서 브리핑을 듣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한국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보기엔 최악의 브리핑룸입니다.
또한, 백악관 브리핑룸은 한국과 달리 질문하는 기자들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백악관 대변인과 설전이라도 벌어지면 그 모습이 여과 없이 나오고, 뉴스에도 보도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하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왔을 때 한국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았던 사례를 기억하는 국민들 입장에선 치열하게 질문하는 기자들이 낯설게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레거시 미디어의 관계는 최악이라고 할 만큼 나쁩니다. 여기에 지난 3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임명된 역대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래빗(28)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당시 래빗 대변인은 "그간 이곳에서 좌석을 배정받지 못했던 뉴미디어의 목소리에 브리핑룸을 개방한다. 독립 저널리스트, 팟캐스터,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누구나 백악관 취재를 위한 자격 심사에 지원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브리핑룸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에선 즉각적으로 비난에 나섰고, 래빗 대변인과 기자들과의 설전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국방부 브리핑룸이 인기 있었던 이유
![]() |
▲ 국방부 일일 정례 브리핑 전하규 대변인 |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웹사이트에는 정부 부처의 브리핑 자료가 올라옵니다. 브리핑 자료에는 질문과 답변이 텍스트로도 게재됩니다. 여러 부처가 있지만 국방부 브리핑 자료를 찾는 시민들이 꽤 있습니다. 그 이유는 2023년 육사교정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당시 기자들의 질문 때문입니다.
당시 일부 기자들은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을 향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며 질문했고, 당시 영상은 '팩폭'이라는 제목과 부제를 달고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뿐만이 아닙니다. 비상계엄 이후에도 국방부 출입 기자들의 질문은 다른 부처에 비해 훨씬 많았고, 그들은 끈질기게 국방부 대변인에게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정책브리핑 자료만 보면 어느 언론사 소속 기자가 질문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대신 질문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충실히 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중요
![]() |
▲ 윤석열씨가 대통령 재임 시절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김치찌개를 배식하고 있다. 냄비 앞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김치찌개 레시피'가 적혀 있는 팻말이 있다. |
ⓒ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제공 |
일부 언론에서 질문하는 기자들의 얼굴을 보여주면 언론 자유가 위축된다고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신상털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의 익명을 보장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기자는 '바이라인'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합니다. 기사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기자가 지겠다는 의미입니다.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외신들도 자신들의 소속과 이름을 떳떳하게 밝히고 질문합니다. 국내 언론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은 괜찮고 대통령실 브리핑룸은 안 된다는 주장을 일반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언론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기자들 입장에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질문,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진짜 질문을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기자들이 어떤 양질의 질문을 할까요? 기대를 품고 다함께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