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로고. KINS 제공
북한 핵실험 탐지장비 국산화 사업에서 해외 기술을 베낀 것으로 확인돼 연구부정으로 조사 중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자체 조사 과정에서도 추가 부정이 확인됐다. 연구윤리 조사위원회에 조사 대상자와 이해관계자를 포함시키는 등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KINS는 자체 조사위 없이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등의 결론을 기다릴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KINS 연구윤리 조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INS가 지난해 원안위 지적에 따라 꾸린 자체 조사위가 이해관계자 회피 등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라늄(U), 플루토늄(Pu)의 핵분열 반응에서 나오는 대기 중 방사성 제논(Xe)을 검출하면 핵실험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KINS는 한국원자력안전재단과 '방사성 핵종을 이용한 원거리 핵 활동 탐지 기술' 협약을 맺고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방사성 제논 탐지장비 국산화를 추진했다.
KINS는 2013년 7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국비 23억원을 들여 제논 탐지장비 '젬스(Xems)'를 개발하고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연구성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2023년 진행된 원안위 감사에서 제논 분리나 추출 등 젬스의 핵심 기술이 해외 제품과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원안위는 문제가 된 연구결과를 KINS가 자체 연구윤리 조사위원회를 꾸려 검증하도록 했다.
KINS 조사위는 장비가 작동 불능 상태로 방치돼 장비의 성능을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가 없었지만 연구자들의 주장과 연구성과보고서에 나온 내용만으로 국산화 사업에 부정행위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원안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INS 조사위 7명 중 이해관계자 2명이 포함되는 등 조사위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부정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연구자와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이 위원회에 포함되면 안된다는 기준은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다.
조사위 보고서 내의 기술적인 내용 작성에는 이해관계자 2명이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방사능분석협회 소속으로 연구부정 관련자들과 논문을 공동 발표하거나 해외 훈련에 공동 참여했다. 연구부정이 제기된 과제의 전문가 자문을 한 이력도 있다.
원안위는 감사에서 연구자와 조사위원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행정 직원 3명을 징계 처리하도록 통보하고 KINS는 과거 포상 등을 근거로 징계를 경감해 징계를 마무리했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은 KINS 자체 조사와 별도로 제논 탐지장비 사업이 연구 부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INS는 젬스 개량품을 해체해 성능 시험을 진행 중으로 원안위와 장비 활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젬스 개발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일부 연구자에 대해서는 금품수수 혐의로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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