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신형폰·해킹 사고…‘삼중 변수’ 속 통신사 보조금 전쟁
출혈 경쟁에 시장 과열 우려…새 정부 ‘이용자 보호’ 시험대
서울 시내에 위치한 통신사 대리점. ⓒ뉴시스
7월 단통법 폐지로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지고, 삼성전자 폴더블 신제품 출시가 예정되면서 통신사간 고객 유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해킹 사태로 이탈 고객이 발생한 SK텔레콤(SKT)을 비롯해 KT와 LG유플러스도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대대적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4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는 통신비 부담 완화와 이용자 피해 최소화를 정책 기조를 삼고 있는 만큼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고객 권리를 강화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갤럭시 S25, 아이폰 16 등 신형 스마트폰 보조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며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KT가 올 2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S25(기본·플러스·울트라) 공시지원금을 최대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리자, 이에 맞춰 SKT와 LG유플러스도 공시 지원금을 같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공시지원금은 요금제와 약정(통상 2년 약정)에 따라 통신사가 일정 금액의 단말기 구매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SKT는 해킹 사고로 전국 2600개 직영·대리점에서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다만 통신 3사와 함께 운영하는 일반 판매점은 예외로, 경쟁사의 지원금 확대에 대응해 보조금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공시지원금이 70만원까지 늘면 출고가 115만5000원인 갤럭시 S25 기본형을 대리점 추가 보조금(공시지원금의 15%)을 더해 약 35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고가 요금제까지 가입할 경우, 더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마련할 수 있다. 통신사엔 위기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미 출시된 갤럭시 S25에 이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라인업인 초슬림폰 ‘엣지’를 선보였고, 7월에는 폴더블폰인 플립·폴드7 신형 출시도 예정돼 보조금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도 내달 22일 폐지를 예고하고 있어 지원금 상한이 공식적으로 사라진다.
오랜 기간 통신사 점유율 1위를 유지한 SKT와, 2·3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는 해킹 사태, 단통법 폐지, 신형 스마트폰 출시와 맞물린 변수를 호재로 삼아 적극적인 시장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킹 사고에 대한 과기부의 조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되고, 유심 교체 작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SKT는 7월부터는 본격적인 신규 가입 유치 경쟁에 나설 여력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질세라 다른 통신사들도 사이버 침해 사태, 신형폰 출시를 계기로 번호 이동을 고민하는 고객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일 전망이다.
전례 없는 통신 시장 격변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통신비 절감, 고객 보호 측면에서 어떤 가이드라인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단통법 폐지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과 선택권 확대라는 분명한 이점을 제공하지만, 다시 보조금이 대리점과 판매점마다 천차만별로 지급되면 과거 단통법 도입의 근거가 됐던 정보 비대칭, 형평성 논란, 불법 리베이트 등 각종 부작용이 재현될 수 있다.
새 정부가 실용적 민생 정책과 이용자 권리 강화를 주요 정책 기조로 내세운 만큼 단통법 폐지 이후, 보조금 출혈 경쟁으로 인한 소비자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은 용납하기 어렵다.
4월 28일 서울 송파동의 한 SK텔레콤 직영점에서 유심을 교체하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따라서 통신 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시장 투명성 확보, 유통질서 관리에 중점을 두고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약집에서 단통법 폐지를 계기로 알뜰폰과 자급제폰 활성화를 추진하고 전 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QoS)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QoS는 기본 제공량 소진 후에도 제한된 속도로 데이터를 추가 요금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통신비 세액공제도 신설한다. 전반적으로 통신 시장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로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새 정부가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통신 시장의 과도한 경쟁이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기존 법·제도 정비와 함께 정책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요구된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 발간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단통법 폐지 후 합리적 차별 허용으로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이용자 혜택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통사·제조사의 시장 불공정행위 및 이용자 피해 행위 방지방안을 포함한 '단말기 유통환경 개선 종합시책(안)'을 마련하며 단말기 유통시장 불공정 행위 및 노년층 등 정보취약계층 피해 방지를 위해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단통법 폐지와 보조금 경쟁 속에서 새 정부가 어떻게 통신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고 소비자 보호 실현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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