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과학 인재 교류 위해 처음 시행
분야별 신진 연구자들 초청해 멘토링
도움 주고받으며 공동연구 확대 기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과학자 초청연수에 참가한 모하마드 아브라하만 말레이시아 푸트라대 조교수가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한국 과학자의 멘토링을 통해 발전시킨 연구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말레이시아에서는 주로 논문 수 같은 성과를 중심으로 소규모 연구를 하는데, 이번에 만난 한국 과학자들은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연구를 중시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모하마드 아미루딘 아브라하만 말레이시아 푸트라대 조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과학자 초청연수’에 참여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양자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그는 이번 10일간의 연수 중 한국 중견 과학자들의 강의를 듣고 밀착 멘토링을 받았다. 이날 성과발표회에서 새로운 양자 머신러닝 알고리즘 연구 계획을 발표한 그는 “한국 멘토들 의견을 반영해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처음으로 APEC 국가 신진 과학자들을 초청하는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APEC 역내 과학 인재들 간의 교류를 강화하고 공동연구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지난달 26일 시작돼 이달 6일 종료된 물리 분야 연수는 그 첫 번째 기수였다. 여기에는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남아메리카 페루의 젊은 연구자들까지 총 21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연수 초반 한국 과학자들 강의를 들으며 국제 연구 협력 방법과 최신 연구 동향을 배웠다. 김건우 중앙대 물리학과 교수는 미국·독일·일본과의 물리학 국제 공동연구 사례를 참가자들과 공유했고, 손석균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양자음양학 기반 확정적 단일 광자 발생 플랫폼’이라는 최신 연구를 소개하는 등 다양한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APEC 과학자 초청연수에 참가한 모하마드 아미루딘 아브라하만(왼쪽) 말레이시아 푸트라대 조교수와 케빈 리사르가 페루 가톨릭대 교수가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연수 후반에는 참가자들이 한국 과학자들과 팀을 이뤄 멘토링을 주고받으며 연구 계획을 설계했다. 케빈 리사르가 페루 가톨릭대 물리학 겸임교수는 멘토링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페루에는 한 주제를 깊게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 과학자들과 학문적 대화를 나누고 경력 개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4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양자나노과학단을 방문한 것도 참가자들에겐 중요한 경험이었다. 아브라하만 조교수는 “세계 수준의 양자과학 연구시설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멘토로 참여한 한국 과학자들에게도 유익한 경험이었다. 이연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나라마다 중요한 어젠다가 달라 서로의 연구를 공유하며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열정도 큰 자극이 됐다. 이 교수는 “멘티였던 한 페루 참가자는 자신이 진행 중인 오염물질 정화 메커니즘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까지 시료를 가져왔고, 마침 우리 연구실과 관련이 있어 분석을 돕기로 했다”며 “결과에 따라 공동연구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APEC 과학자 초청 연수 참가자들이 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단 실험실을 견학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과기정통부는 이번 달엔 화학, 다음 달엔 지구과학과 생명과학 분야 단기 연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는 국내 연구실에서 연구를 함께하는 90일간의 장기 연수도 시작된다. 이를 통해 100여 명의 해외 신진 과학자들이 한국에서 연구 저변을 넓힐 예정이다. 황성훈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관은 “APEC 역내 과학자 간 교류로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인재를 기반으로 APEC의 포용적 발전을 위한 연구협력 체계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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