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테니스 女단식 정상… 사발렌카 꺾고 메이저 2승 달성
결승 하루 전이던 7일. 코코는 호텔 방에서 몇 번이고 ‘2025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할 거야(I will win French Open 2025)’라고 흰 종이에 써 내려갔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머릿속에 넣으려 노력했다. 결국 그렇게 믿게 됐다.”
코코 고프(21·미국)가 8일(한국 시각)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이번에도 상대는 아리나 사발렌카(25·벨라루스)였다. 2023년 첫 메이저 정복인 US오픈 결승 때도 만났던 사이다. 경기 흐름도 복사판이었다. US오픈 때도 1세트를 사발렌카에게 내주고 2~3세트를 잡아 역전 우승을 일궜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고프는 결승전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6-7)로 내주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고 2~3세트(6-2, 6-4)를 압도했다. 고프는 코트 밖으로 날아간 사발렌카의 마지막 공을 확인한 뒤 그대로 쓰러져 붉은 흙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굴렀다. 고프는 “US오픈보다 더 힘들었다”면서 “경기 전 모든 걸 다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것만은 확실하게 지켜서 자랑스럽다”면서 쉬잔 렝글렌 컵(우승 트로피)을 들어 올렸다.
고프에게 붉은 점토가 깔려있는 코트, 프랑스오픈 롤랑가로스는 악몽과도 같은 장소였다. 고프는 2019년 윔블던에서 역대 최연소인 15세 122일 나이에 예선을 통과했고, 16강까지 진출하는 등 ‘테니스 천재’로 주목받아 왔다. 흑인이고 미국 출신인 덕분에 ‘제2의 세리나 윌리엄스’라 불렸다.
그런 기세가 2022년 롤랑가로스에서 꺾였다. 당시 결승에서 세 살 많은 이가 시비옹테크(24·폴란드)를 만나 0대2(1-6, 3-6)로 무력하게 패배했다. 당시 고프는 첫 메이저 대회 결승이라는 부담에 경기 중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고프는 나중에 이 순간을 회상하며 “첫 공을 치기 전부터 졌다는 걸 직감했다. 1세트를 마친 뒤 화장실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후 고프는 차근차근 악몽을 극복해나갔다. 감정을 통제하고 부담에 적응하는 연습을 했다. 이듬해 US오픈 결승에서 1세트를 내줬지만 이번과 마찬가지로 ‘난 이제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마음을 다시 다잡았고, 특유의 공격적인 강서브를 앞세워 역전승에 성공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24년엔 매트 데일리 코치를 고용하면서 약점이라 평가받는 포핸드 보강에 주력했다.
프랑스오픈 정상 재도전을 위해 다시 전진, 2023년 8강, 지난해 4강까지 올랐다. 그리고 지난 8일 다시 결승에 도착했고 이번엔 그 무게를 이겨냈다.
고프는 2015년 세리나 윌리엄스 이후 10년 만에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로 기록됐다. 또 세리나, 크리스 에버트, 비너스 윌리엄스, 트레이시 오스틴에 이어 만 21세 나이에 메이저 우승 2번을 이룬 다섯 번째 미국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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