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첫 해외 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 설립
이해진 "언더독 정신으로 북미서 AI 경쟁력 키울 것"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창사 26년 만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첫 투자법인 '네이버벤처스'를 설립하고 인공지능(AI) 시대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광속으로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서 현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협업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올 3월 약 7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첫 공식 해외 일정으로 이번 행사를 택한 것은 네이버가 AI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절실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설립하는 네이버벤처스는 네이버가 1999년 설립 이후 해외에 별도 투자법인을 세우는 첫 사례다.생성형 AI 등장 이후 사용자들의 검색 서비스 이용 패턴이 급변하면서 기존 검색 시장의 지형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실리콘밸리 투자법인 설립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가장 큰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 의장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진 현지 벤처투자자들과의 네트워킹 행사에서 이번 AI 승부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 의장은 "한국 AI 기술력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네이버는 늘 '언더독'이었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익숙하다"며 "AI는 인터넷·모바일 수준의 '근본적 파도'이고 지금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 집중할 '돌멩이'를 골라내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가 자체 검색 엔진으로 국내 시장 1위를 지켰듯 국내 AI 시장에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그는 "전 세계에서 자신의 검색 엔진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고 그 회사가 네이버"라며 "지난 25년 동안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에 맞서 살아남는 게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정말 체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마다 텍스트북이나 콘텐츠, 스토리가 필요하듯이 그 나라 사람들의 검색 엔진도 필요하다"며 "네이버는 인터넷에서의 다양성 특히 검색에서의 다양성에 기여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일각에서는 이 의장의 이 발언이 '한국형 AI' 건설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이 의장은 AI 분야에서 현재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이 가장 치열하지만 훗날에는 데이터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검색도 처음에 알고리즘 싸움이었지만 결국 다 비슷해지고 데이터를 갖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AI도 비슷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네이버벤처스 설립 절차는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며 이후 김남선 전략투자부문 대표가 네이버벤처스를 이끈다. 첫 투자처로 낙점한 기업은 영상 분석 AI 전문 기업 '트웰브랩스'다. 한국인 경영진이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이 회사는 영상 속 사람과 사물, 행동을 식별해 검색할 수 있는 '마렝고'와 영상 기반 질의응답 서비스 '페가서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의장은 "AI 시대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 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네이버는 역량있는 스타트업, 인재들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하며 네이버의 경험과 연결, 함께 성장하며 다양성이 공존하는 AI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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