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중국 왕즈이에 2대1 승
올해 6차례 대회서 5번째 정상안세영이 8일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전(全) 경기에서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승승장구하던 이전 양상과는 달랐다.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인도네시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은 세계 2위 왕즈이(25·중국)에게 패배 직전까지 내몰렸다.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안세영 특유의 정확성이 경기 초반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안세영이 정상 컨디션이 아님을 파악한 왕즈이가 반대로 안세영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끊임없이 퍼부었다. 안세영은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1게임을 내준 안세영은 2게임에서도 9-17, 8점 차까지 뒤졌다.
4점만 더 내주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 호흡을 가다듬은 안세영이 추격전을 시작했다. 힘을 실은 강력한 공격으로 점수 차이를 좁히더니 흔들렸던 영점마저 바로잡았다. 상대는 체력이 떨어진 듯 안세영이 때린 셔틀콕을 따라가는 게 힘에 겨워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점수는 18-18 동점. 안세영은 기세를 몰아 21-19로 2게임을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자신감을 되찾은 안세영에게 3게임에서 왕즈이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6점 차로 여유 있게 승리를 따냈다. 최종 점수 2대1(13-21 21-19 21-15). 안세영이 정상에 등극했다. 대역전극을 펼친 그를 향해 인도네시아 현지 관중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자 안세영은 특유의 ‘포효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그는 경기 후 온 코트(on-court) 인터뷰에서 역전을 이뤄낸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저 내 자신을 믿었다”라고 답했다.
인도네시아 오픈은 BWF 투어 대회 중 가장 높은 ‘수퍼 1000’ 등급으로, 전영(全英) 오픈·말레이시아 오픈·중국 오픈 등과 함께 배드민턴 메이저 대회로 꼽힌다. 총상금 145만달러(약 19억7000만원). 단식 우승자에겐 10만1500달러(약 1억3800만원)가 주어진다. 2021년 이 대회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던 안세영은 4년 만에 다시 챔피언에 등극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8강 탈락, 4강 탈락, 준우승에 그쳤었다. 최근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세계 5위 천위페이(27·중국)는 허벅지 부상으로 8강전에서 기권했다.
이번 우승으로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6개 개인 대회에서 5차례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말레이시아 오픈, 인도 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 오픈에서 4연속 우승했던 그는 지난달 말 싱가포르 오픈 8강에서 천위페이에게 패배해 기세가 한풀 꺾였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곧바로 왕좌를 되찾아오면서 ‘안세영 전성시대’를 이어갔다. 그는 준결승에서 만난 세계 3위 야마구치 아카네(28·일본)도 2대0으로 손쉽게 제압했다. 경기 중 무릎이 까져 피가 나는 와중에도 투혼을 발휘했다.
이날 결승에서 안세영을 궁지로 몰았던 왕즈이는 천위페이가 주춤한 사이 중국 배드민턴 에이스로 떠오른 강호.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대회, 중국 오픈, 월드 투어 파이널 등을 우승했다. 그러나 안세영을 상대로는 올해 들어 4차례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오픈, 전영 오픈, 수디르만컵(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모두 결승전에서 만나 무릎을 꿇었다. 통산 상대 전적도 12승 4패로 안세영이 압도적 우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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