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찾다 '번아웃'한 사용자들 '줄탈퇴'
데이팅 앱 유료 사용자·매출 동반 감소세
정신적 피로도 커지며 MZ세대 이탈 가속
AI 기반 기능 강화에도 시장 반등 '글쎄'
생성형 AI가 생성한 이미지. 챗GPT 제공
몇 년간 현대인의 '연애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던 데이팅 앱 시장이 최근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반복적인 사용에서 오는 피로감과 정신적 소진 등으로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 이용층이던 MZ세대가 더 이상 앱을 적극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데이팅 플랫폼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추천 고도화 등으로 반등을 꾀하고 있지만 시장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리막길 걷는 데이팅 앱=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기업 범블의 올해 1분기 총 매출은 2억 4710만 달러(약 336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순이익은 1983만달러로 전년 대비 41.5% 급감했다. 실제로 범블 앱의 전체 유료 사용자는 지난해 3분기 대비 5만7000명 감소한 271만명이었고 평균 유료 사용자당 매출(ARPU)은 1년 전 22.64달러에서 20.58달러로 하락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2분기 매출 전망치(2억3500만~2억4300만달러)는 전년 대비 최대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리 카펠로 JP모건 연구원은 "미국 내 앱 다운로드 수 감소 흐름 속에서 범블은 단기적으로 매출과 유료 가입자 수가 모두 줄어들고 있다"며 "2027년까지는 실질적인 성장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데이팅 앱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영국 통신규제기관인 오프컴(Ofcom)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내 틴더, 범블, 힌지 등 상위 10개 데이팅 앱 전체 사용률은 전년 대비 약 16% 줄었다. 특히 틴더는 지난해 말 유료 사용자 수가 8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며 한 해 동안만 59만4000명의 사용자를 잃었다. 같은 기간 범블은 36만8000명, 힌지는 13만1000명, 그라인더는 1만1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MZ 이탈이 최근 데이팅 앱들의 성장세 둔화와 사용자 감소는 주 타깃층이던 MZ세대의 이탈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때 팬데믹 기간 비대면 만남의 대안으로 급성장했던 데이팅 앱은 이제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답을 기다릴 때의 초조함이나 거절당했을 때의 좌절감 등이 이용자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앱들이 지나치게 중독적(gamified)으로 설계돼 사용자들의 정신적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앱을 삭제하거나 오프라인 만남으로 전환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브스가 최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데이팅 앱 사용자 78%가 사용 후 '감정적, 정신적 혹은 신체적으로 지친다'고 답했다. 포브스는 "Z세대 전반에 간편한 만남에 대한 피로도가 확산되면서 데이팅 앱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AI 도입으로 반전? 전문가들 '글쎄'= 데이팅앱 기업들은 사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AI를 활용한 기능 고도화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AI 기술을 통해 보다 개인화된 피드백과 맞춤형 추천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틴더는 최근 AI를 적용해 사용자 프로필 추천 정확도를 높이는 기능을 도입했고 업로드한 사진 중 가장 반응이 좋은 이미지를 자동으로 선정해주는 'AI 추천 프로필 사진' 기능도 선보였다. 범블 역시 AI 기반 맞춤형 매칭 기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올 겨울 업데이트에서는 생성형 AI 기반 프로필 사진 추천, 신원 인증 등의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미 데이팅 앱에 대한 사용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깊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슈웨타 카주리아 울프 리서치 수석 분석가는 "틴더는 사용자들의 인식이 매우 빠르게 악화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며 "한 번 형성된 인식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캐롤라이나 반디넬리 워릭대 연구진 또한 "(데이팅 플랫폼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는 것은) 사랑을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닌 효율적인 중매 활동으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이런 접근 방식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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