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브, 공식 팬클럽 모집 시작으로 본격 일본 활동 신호탄
지난해 하이브 재팬과 일본 활동 협약
정식 데뷔 전 쏠리는 현지 기대
그룹 플레이브는 오는 16일 일본 데뷔 싱글 '카쿠렌보'를 발매하고 현지에서 정식 데뷔한다. 블래스트 제공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데뷔 2년여 만에 일본 시장으로 향한다. 일찌감치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부흥하며 음악 산업의 대표 장르 중 하나로 입지를 굳힌 '버추얼 본토' 일본에서 이들은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까.
지난 2023년 데뷔한 플레이브는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으로 국내 가요계에 새 지평을 열었다. 데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사뭇 생소한 개념이었던 '버추얼 아이돌'로 정식 데뷔한 이들은 실물이 아닌 버추얼 기술력을 활용해 탄생한 가상 아이돌이라는 특수성을 딛고 데뷔 후 빠르게 성장세를 기록하며 K팝 시장에서 입지를 키웠다.
데뷔 1년여 만인 지난해 미니 2집 '아스테룸:134-1'로 초동 57만 장을 넘어서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데 이어 데뷔 2년여 만에 초동 100만 장을 돌파한 이들은 이제 여느 인기 아이돌 그룹 못지 않은 팬덤을 거느린 'K팝 대표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인기는 단순히 음원, 음반 차트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앙코르 팬 콘서트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팬덤 화력을 증명했던 이들은 오는 8월 KSPO DOME(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 입성해 사흘간 단독 콘서트를 진행한다. 인기 아이돌들에게도 KSPO DOME은 입성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꿈의 무대' 중 하나로 꼽히는 공연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시점 K팝 시장에서 플레이브가 남다른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플레이브의 가장 큰 강점은 실제 인간과 버추얼 멤버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통한 '휴머니즘'이다. 데뷔 당시부터 모션 트래킹과 실시간 랜더링 기술을 통해 각 멤버마다 실제 사람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가상 인간과 차별화에 나섰던 플레이브는 양방향 소통과 넓은 활동 반경, 낮은 휴먼 리스크를 기반으로 '버추얼 아이돌'의 한계를 무너뜨렸다.
데뷔 초 국내를 중심으로 입지를 키웠으나 다른 K팝 아이돌들과 마찬가지로 플레이브 역시 글로벌 시장으로 점차 발을 넓혔다. 국내와 일본 등 일부 시장을 제외하면 여전히 버추얼 아이돌은 생소한 존재이지만, 이들을 향한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앞서 미니 3집 타이틀 곡 '대시'로 '빌보드 글로벌 200'에 차트인하는 성과를 낸 플레이브는 해외 음악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며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버추얼 아이돌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에서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현지 정식 데뷔 전임에도 미니 2집 '아스테룸 134-1(ASTERUM 134-1)'으로 일본 HMV&BOOKS 2024년 상반기 K팝 판매량 1위에 등극하며 현지의 관심을 증명했다.
이를 주목한 것은 하이브 재팬이었다. 하이브의 일본 법인인 하이브 재팬은 지난해 플레이브의 일본 진출 및 활동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플레이브의 일본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플레이브와의 계약이 하이브 재팬이 협업을 진행한 하이브 레이블즈 이외의 아티스트 중 일본 내 사업권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포괄적인 계약이라는 점은 하이브 재팬이 플레이브의 일본 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해외 진출을 위한 기술적 해소가 필요한 상황에서 하이브 재팬과의 협업은 플레이브에게도 큰 힘이 됐다. 자본과 현지 매니지먼트 역량 등 다방면에서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소속사 블래스트와 하이브 재팬의 시너지가 발생할 때, 플레이브의 현지 성공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플레이브는 오는 16일 드디어 일본 정식 데뷔에 나선다. 데뷔 싱글 '카쿠렌보'를 통해 열도 공략을 시작할 플레이브는 앞서 공식 일본 팬클럽도 오픈하며 본격적인 일본 활동 전개를 알렸다. 데뷔를 목전에 두고 현지의 반응은 좋다. 지난달 이들은 일본 최대 국제 음악 시상식인 '뮤직 어워즈 재팬 2025'에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의 차트 성적을 집계하여 수상하는 베스트 송 아시아상(BEST SONG ASIA)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본상 시상 부문 후보자 중 버추얼 아이돌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은 정식 데뷔 전에도 상당한 현지 인기를 보여준 결과다.
자연스럽게 플레이브가 일본 활동을 통해 거둘 성과에 눈길이 모인다. 일본의 경우 일찍이 원조 버추얼 아이돌 하츠네 미쿠로 대표되는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규모를 키운 만큼 현지 시장에서의 성공은 플레이브에게도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버추얼 아이돌의 사업성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국내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또한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을 디딤돌 삼아 서구권 등 보다 넓은 해외 국가로의 진출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역시 기대요소다.
상당수가 보컬로이드와 같은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들어진 곡에 중점을 둔 일본 시장에서 사람이 핵심인 플레이브의 '휴머니즘' 전략은 상당히 유의미한 차별점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전략이 반향을 일으킨다면, 지난 2년여간 국내에서 일궈온 성장세를 넘어 또 한 번 비약적인 성장을 일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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