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공개적으로 상호비난을 벌인 것을 계기로 미국의 우주계획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국방부 등 정부기관들이 스페이스X의 대안을 찾아나서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온라인상 싸움을 벌인 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로켓 랩', '스토크 스페이스', '블루 오리진' 등 민간 우주기업들에 접촉해 이들의 로켓과 우주선이 어느 단계까지 개발·제작됐는지, 정부 임무 투입은 언제 가능한지 등 일정을 문의했다.
지난 미국 대선 때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머스크가 트럼프 2기 초반 정부 구조조정 책임자로 중용되면서 밀착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대규모 감세 등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를 담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 The One Big Beautiful Bill)'에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부터다.
5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서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다"며 스페이스X 등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연방 정부 계약을 끊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곧바로 본인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X에서 "대통령의 계약 취소 발언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머스크는 이후 X를 통해 드래건을 철수하지 않겠다고 언급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X가 '크루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시작하는 등 연방정부와의 계약을 끊으면 미국의 우주계획과 군사정보 수집에 큰 지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기관들은 스페이스X의 로켓과 우주선에 사실상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 스페이스X의 경쟁자가 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업체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로켓과 우주선 개발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크루 드래건은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을 보낼 수 있도록 당국 인증을 받은 유일한 미국 우주선이다.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돼 우주인들을 ISS로 보내며 지구로 돌아올 때는 복귀하는 우주인들을 태우고 바다로 낙하한다. 크루 드래건의 변형 버전인 '카고 드래건'은 보급품을 ISS에 실어나르는 역할을 한다.
미국은 2020년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이 나오면서 ISS에 우주인을 자력으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다시 갖추게 됐지만 만약 머스크가 공언한 것처럼 당장 이 우주선이 퇴역된다면 미국은 러시아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미국은 2011년 우주왕복선 3대를 퇴역시킨 후 ISS로 우주인을 보낼 수 있는 성능을 갖춘 우주선이 없어 10년 가까이 러시아가 발사하는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해왔다.
크루 드래건은 NASA 임무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을 지구 북극과 남극 상공으로 보낸 '프램2' 등 민간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크루 드래건의 다음 비행 계획은 인도·폴란드·헝가리 출신의 우주인들을 ISS로 실어나르는 '액시엄-4' 임무로, 이달 10일로 예정돼 있다.
스페이스X가 빠질 경우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인 우주군과 국가정찰국(NRO)의 첩보 위성 발사 등 미국의 군사 역량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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