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투자자심리지수(AAII)로 역발상 타이밍 잡기
주1회 설문결과 발표, 하락 예상 답변 많으면 저점 판단

"공포에 사고 환희에 팔아라"

흔히 폭락장이 기회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그 기회를 잡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과 4월 미국 시장이 폭락할 때 많은 서학개미들이 눈물을 머금고 미국주식을 팔아치웠죠. 그만큼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공포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남들이 공포에 질려 마구 팔아치울 때, 오히려 과감하게 주식을 사모았다면 어땠을까요. 전고점의 80% 이상 회복한 지금 미소를 짓고 있겠죠.

문제는 평범한 개미들은 이런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언제가 바닥이고, 바닥 밑에 지하실이 더 있는지, 지하에는 몇층까지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까요. 바다 건너 미국 시장에 대한 공포는 더 이겨내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 참고할만한 지표가 하나 있는데요. 미국 개인투자자협회, AAII가 발표하는 미국 개인투자자 심리지수(Investor Sentiment Survey)입니다.

AAII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1978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데요. 16만여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주 시장에 대한 간단한 설문을 하고 그 결과를 수치화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향후 6개월 동안 주식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상승(Bullish) △변동없음(Neutral) △하락'(Bearish)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요.

상승 예상 비중이 높으면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해 낙관하고, 하락 예상 비중이 높으면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AAII 심리지수는 주로 역발상(contrarian) 지표로 쓰이는데요.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낙관적일 때에는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하고, 극도로 비관적일 때에는 시장의 저점을 시사해서 매수기회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AAII 설문조사 결과/자료=AAII 홈페이지

특히 상승 예상 비중에서 하락 예상 비중을 뺀 값을 'Bull-Bear Spread' 라고 부르고 이 격차에 따라 저점과 고점을 판단하기도 하는데요.

Spread가 -20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의 비관적인 심리가 극단적으로 높아졌고, 저점 근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합니다. 반대로 Spread가 +20이 넘으면 과도한 낙관심리를 나타내고, 고점 근처로 판단되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우려로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 4월 3일에는 하락 예상 답변의 비중이 61.92%에 달했는데요. 이날 상승 예상 답변의 비중이 21.76%였기 때문에 Bull-Bear Spread는 -40.16%로 극단적인 비관상태, 즉 저점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전 저점이었던 2022년 9월 22일의 Bull-Bear Spread는 -43.14%였습니다.

AAII 설문 결과 하락예상 답변 비율 추이/ 자료=AAII 홈페이지

Bull-Bear Spread를 기준으로 투자하면 실제로 수익률이 좋을까도 궁금한데요. 'Quantified Strategies'라는 투자전략 플랫폼이 백테스트한 자료에 따르면 Bull-Bear Spread가 -20% 이하로 하락했을 때 S&P500에 4주간 투자하면 평균 1.03%의 수익률을 보였고, Bull-Bear Spread가 +40% 이상일 때 4주간 투자한 경우에는 평균 -0.33%의 부정적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Bull-Bear Spread는 그 자체로도 역발상 지표로 삼기에 충분하지만 단독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과매도 과매수 지표(RSI)와 함께 활용하면 더 좋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시장이 과매도 상태에 있는데 Spread까지 -40% 이하라면 매수시점으로 판단할 수 있고, 과매수 상태에서 Spread가 +40% 이상이면 매도 타이밍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거죠.

AAII 공식 웹사이트(https://www.aaii.com/sentimentsurvey)에서 수시로 지표를 확인해보고 투자에도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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