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제공
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아프리카에 사는 코뿔소들의 모습이 실렸다. 코뿔소들의 뿔은 뭉툭하게 잘려있다.
코뿔소 밀렵과 코뿔소 뿔 밀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뿔소 뿔은 암 등을 치료한다는 근거 없는 속설, 신분 과시를 목적으로 한 뿔 장식품 인기 등으로 밀거래 대상이 되고 있다. 다국적 범죄 조직이 코뿔소 뿔 불법 거래에 관여하면서 암시장 규모가 커진 상황이다.
티모시 카이퍼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만델라대 보존관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남아있는 코뿔소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코뿔소를 보호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 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5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남아프리카 크루거국립공원 주변 야생동물 보호구역 1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7~2023년 발생한 코뿔소 밀렵은 1985건이었다. 2017~2021년 기준 밀렵 방지를 위해 지출된 비용은 최소 7400만 달러(약 1004억원)였다.
밀렵을 방지하는 전략으로는 감시원, 탐지견 및 추적견, 출입 통제, 탐지 카메라 등의 방식이 사용됐다. 2017~2023년 11개 보호구역에는 탐지 카메라 671대가 설치됐고 탐지견 45마리, 추적견 47마리, 밀렵 감시원 500명 이상이 배치됐다. 감시원 대상으로는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5562건이 시행돼 범죄 조직과 연루된 것으로 판단된 감시원들을 가려냈다.
이를 통해 700건 이상의 밀렵꾼 체포가 이뤄졌지만 밀렵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통계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코뿔소 뿔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 발생, 아프리카 내 빈부 격차, 범죄 조직 개입, 부패한 사법 시스템 등으로 밀렵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뿔소 뿔을 잘라내는 전략이 밀렵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통계적 근거도 발견했다. 뿔 자르기 전 대비 자르기 후 밀렵이 78%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도출됐다. 코뿔소들의 뿔을 자른 8개 보호구역으로는 밀렵꾼의 침입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뿔을 잘라낸 코뿔소를 밀렵하려는 범죄 조직원들도 여전히 존재했다. 코뿔소 뿔을 자를 땐 성장판이 잘리지 않도록 5~15cm 길이를 남기는데 이를 타깃으로 한 밀렵이 이뤄진 것이다.
연구팀은 “뿔을 제거하는 것 외에 코뿔소 밀렵을 막을 수 있는 유의미한 개입 방법은 없었다”며 “다만 뿔이 잘린 코뿔소도 밀렵 대상이 되고 코뿔소 대신 뿔을 가진 다른 동물종이 밀렵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을 함께 고려한 효과적인 개입 방법에 대한 고민과 실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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