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스테이블코인으로 원화 경쟁력 유지” 주장
이재명 대통령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만들어야 소외 안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이날 인선 발표에 참석한 김 정책실장. 연합뉴스
민간 블록체인 업계에서 활동해 온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기용되면서, 가상자산 관련 정책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신임 정책실장이 몸 담았던 싱크탱크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보고서를 다수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김 정책실장은 경제·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공직에서 물러난 뒤인 2022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대표로 활동했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에 관한 각종 연구와 제안을 주도해왔다. 특히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한 보고서들을 다수 쏟아냈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 3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을 살린다면, 원화는 타국 화폐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정책실장은 평소 스테이블코인을 지렛대로 한국이 미국과 함께 ‘디지털 G2’(주요 2개국)로 도약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구상에도 상당 수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초 경제 유튜버들과 대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 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정책 공약집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유통 등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 등에선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6곳과 공동으로 추진해온 ‘프로젝트 한강’ 대신 일부 은행이 별도로 준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쪽에 정책적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로젝트 한강은 은행 예금을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와 연계한 토큰으로 변환한 뒤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실험으로, CBDC를 물밑 뼈대로 한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 활용과 다소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CBDC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나아가 시중은행 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이나 민간 핀테크 회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도 주목된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달 말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과거의 신뢰는 중앙은행의 보증, 은행 면허, 예금자 보호와 같은 법제적 장치 위에 구축됐지만, 지금의 디지털 통화 환경에서는 스마트 콘트랙트, 리저브 공시, 실시간 감사, 상환 알고리즘 등 설계 구조 그 자체가 신뢰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금융당국은 위험 통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은행 기반 설계에 대한 선호 역시 제도적 관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단순한 규제 수용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한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허용할 경우 발행 인가 단계부터 자신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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