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정관계 수평적으로" 외쳤지만
차기 지도부 거론 인사 거의 모두 친명계
속도감·성과엔 '당정 일체' 효율적 해석
당정 분리 부작용시 국정 어려울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참석한 민주당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3년 만에 거대 여당으로 돌아온 가운데, 행정·입법 권력을 모두 장악한 여권의 '당정관계 향방'이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6·3 대선 본투표 전날인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당선 후 당정관계와 관련해 "인사든 정책이든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당정관계도 수평적으로, 일상적으로 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가능하면 당의 자원을 최대한 국정에 함께 쓸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선에서 0.73%p 차로 석패한 뒤, 당대표로 복귀해 22대 총선 압승을 이끈 것은 물론 대표 연임에까지 성공하면서 '일극 체제의 이재명 민주당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수평적 당정관계' 실현은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와 손발을 맞출 차기 당대표와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 거의 모두가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3선·서울 동작갑)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누구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지금까지 대통령과 최고의 관계였듯이 원내대표로서 최고의 당정관계를 만들겠다"고 자처했다.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의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와 이번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을 맡는 등 신명(신이재명)계 핵심으로 분류된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4선·서울 중랑갑)도 이날 원내대표 선거 출마 선언에서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빠르게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그 주춧돌이 되겠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입법·정책·예산 확보 등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심부름꾼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자임했다.
서 의원은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냈고,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번 대선에선 골목골목 선거대책위원회 대구·경북 본부장을 맡았었다.
오는 13일에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는 박찬대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임기는 1년이다.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20%)와 국회의원 투표(8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뽑는다. 원내대표 선출에 당원 의사를 직접 반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이 의원 약 34명 표와 비슷한 수준이라, 당원 표심이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선거 출마가 거론됐던 3선의 김성환(서울 노원을)·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은 최종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차기 당대표 후보로는 대표적인 강경파인 4선의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과 3선의 박찬대 원내대표(인천 연수갑)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지냈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친명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사실상 추대 형식으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당대표로 있던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등을 지휘했다.
전당대회는 전례를 고려해 8월 개최가 유력하지만,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상태인 만큼 전당대회가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투톱'(당대표·원내대표)이 친명계로 꾸려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집권 초반에는 '수평적 당정관계'보다는 '수직적 당정관계'가 각종 성과를 내는 데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속도감 있는 국정 수습, 민생경제 회복, 입법 드라이브 등을 위해선 '당정 일체' 모드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당시 수평적 당정관계를 갖고자 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대립하면서 국정 운영에 힘을 받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정 분리를 받아들였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앞으로는 재검토 해봐야 한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참여정부 때의 '당정 분리'에 대해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당정 일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아닌 '더민주 정부'를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수평적 당정관계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원활한 국정 운영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책임정치 원리와도 맞지 않다"며 "특히 집권 초기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빠르기 내기 위해선 '당정 일체' 모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7일 민주당 대표 시절 함께했던 1·2기 지도부와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갖는 것은 지난 4일 취임 이후 사흘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만찬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며 국민의 선택을 받은 만큼 이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사명"이라며 "늘 그랬듯 원팀 정신으로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을 약속드리며, 함께해 주시는 든든한 동지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이날 만찬에는 박찬대 원내대표와 정청래 전 최고위원,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병기·서영교 의원 등 24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강유정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는 배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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