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퍼즐 손석구 / 사진=스태넘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짧은 헤어스타일로 만난 배우 손석구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이어 '나인 퍼즐'까지 두 작품이 연이어 성과를 거두며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제 지분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손석구다.
손석구가 김다미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극본 이은미·연출 윤종빈)은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다.
손석구는 극 중 느슨해 보이지만 집요함과 날카로움을 가진 한강경찰서 강력2팀 김한샘 형사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10년 동안 프로파일러를 범인이라고 의심을 하던 형사가 그 프로파일러와 공조를 해서 연쇄 살인범을 잡는 내용"이라고 정리한 뒤 "'재미'라는 게 가벼운 단어처럼 보이지만 그게 진짜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걸 보는 눈은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며 "내가 어떤 시나리오를 재밌게 보고 나서 제 주변 친구나 가족이나 지인한테 '야, 내가 이런 시나리오를 봤는데 이런 내용이야'라고 명쾌하게 한두 마디 안에 설명할 수 있으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만의 작품을 보는 안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나인 퍼즐'은 손석구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기준에 부합했다. 그는 '나인 퍼즐'의 매력에 대해 "장르적인 재미에 충실하고 그 장르를 보여주는 방식이 좀 고급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작품의 미장센이라든지 출연진 분들의 연기, 촬영, 음악,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를 조금 더 관심 있게 보시는 분이라면 스토리보드라든지 콘티에 굉장히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는 티가 난다"고 밝혔다.
손석구는 "감독님은 정말 오랜 시간 준비하신다. 콘티 작업은 장소 섭외가 안 돼 있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대충 이런 장소일 것이다' 예상을 하고 포인트를 만들지 않나. 그런데 이 11부작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콘티를 몇 번이나 다시 하는 건 영화에서도 못 봤다. 또 감독님께 여쭤보시면 안 본 추리물이 없을 거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 나와 있는 모든 추리물을 다 보시고 머리가 정말 비상하신 분인데 노력까지 들어가니까 굉장하시다. 제가 영화감독을 할 건 아니지만 굉장히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만큼 윤종빈 감독을 신뢰하고 있었다. 손석구는 "윤종빈 감독님은 아직 젊으시지만 제가 볼 때는 거장의 반열에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이 처음에 'D.P.' 시즌2 나오고 나서 사석에서 뵀을 때 제가 연기하는 게 '눈길이 좀 갔다', '관심이 갔다'는 말씀을 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촬영을 하면서도 제가 기존에 했던 형사 역할들, 예를 들면 '살인자ㅇ난감' 같은 경우는 공개되기 전에 제가 갖고 있는 푸티지들을 좀 드렸다. 직업적인 부분이 같기 때문에 혹여나 그런 게 조금 걱정이 되신다면 그거 보시고 참고를 하라는 뜻이었다. 한 4부까지 먼저 보여드렸던 것 같고 그거 보시고 나서 '우리와는 다르니까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손석구 역시 진범이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그는 "많은 추측을 하시더라. 그런데 관객분들이 추리하는 걸 보면서 내가 사람들과 좀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은 저는 그런 추리력이 없다. 범인이 이 사람인 것처럼 몰아주면 저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냥 10번 속이면 10번 다 속으면서 보는 스타일이라 제가 추리를 막 따로 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나인 퍼즐 손석구 / 사진=스태넘
손석구는 누가 진범인지 헷갈리게 하기 위해 "감독님이 모든 인물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놓고 연출을 하신 건 맞다"며 "그냥 끝나도 되는 신인데 뭐 하나를 시킨다든지 이런 식으로 추리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연출을 하신 건데, 우리는 이제 결과를 놓고 보기 때문에 이렇게 쓱 보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계산이 다 있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한샘을 연기하기 위해 따로 체중을 관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손석구는 "한샘은 말라도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쪽은 신경을 안 썼지만, 의상적인 부분은 어떻게 보면 감독님께서 구축해 놓은 세계관이 있고 거기에 맞게 짜여진 미장센에 저희가 따라간 부분이 크다. 미장센에 따라서 옷을 그렇게 입은 거다. 이야기를 현실 톤으로 했을 때는 지금과 같은 매력이 안 나왔을뿐더러 납득도 조금 덜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형사라면 누가 저런 비니에 코트를 입겠어 하겠지만 오히려 그 부분을 너무 평범하게 했으면 안 맞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차분한 연기 톤을 유지한 것에 대해 "한샘이 소리 지를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일이 있다고 해서 막 감정적으로 폭발을 하거나 이런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며 "이나보다는 한샘이 어른스러운 면이 있지 않나. 이나와 한샘의 밸런스는 그냥 있어도 잡히는 부분이었다. 공조 수사를 하자며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나서부터는 한 회에 두세 장면 정도 과하지 않게 그 안에서 충분히 녹아들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로 이나와 한샘의 장면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나와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그런 장면과 테이크도 있었다"며 "그런데 막상 해보니 안 어울리더라.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극의 전개에 방해가 됐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의심에서 공조까지 가는 걸 넘어서 그 다음으로 또 가는 건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석구는 김다미에 대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명확하다. 또 자기랑 어울리는 걸 딱 골라서 의심하지 않고 쭉 밀고 나가더라. 그러니까 지금의 김다미라는 배우가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나인 퍼즐'과 '천국보다 아름다운', 올해 선보인 두 작품이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물었다. 손석구는 "그런 건 없다"며 "'나인 퍼즐'이나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여러분한테 선보이기 전에 저는 이미 작품 선택이 끝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거에 근거해서 어떤 작품을 골라야겠어'가 아니라 '이렇게 선택을 했고 해야 할 작품들을 열심히 해야겠다'가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손석구에게 '나인 퍼즐'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나인 퍼즐'은 굉장히 장르적이다. 배우가 끌고 갈 수 있는 부분보다 배우가 어떤 장치의 도움을 받으면서, 혹은 장치의 일환으로서 가야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좀 더 직접적인 카메라 워크의 개입도 있을 거고, 음악도 있고, 미장센도 있는데 저는 하모니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연기를 이만큼 해', '내가 이 정도의 범위를 보여줄 수 있어'가 아니다. 추리물은 관객분들이 하나하나 단서를 찾아가면서 '내가 만약 저 안에 있다면 나는 이렇게 추리를 하겠지'라며 체험을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제가 막 이렇게 도드라지는 연기를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을 한 게 저는 굉장히 소중했다. 전체적인 그림을 같이 보면서 남들과 하모니를 맞춰가는 배움이 의미가 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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