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길거리 풍경/EPA 연합뉴스
국내 스타트업 ‘엑시스트’는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스시테크 도쿄’에서 자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정신건강 돌봄 솔루션 ‘baxe AI’를 최초 공개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센서로 얼굴에 나타난 미세한 표정과 맥박·심박 등 지표를 실시간으로 추출해 사용자의 감정과 스트레스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심리 가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엑시스트는 이번 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올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일본에서 AI 기반 비대면 멘탈 헬스케어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만큼이나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겪는 이들이 많지만, 정신과나 심리 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강한 탓에 상담 챗봇이나 자가 진단 앱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세계경제포럼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상담 경험이 있는 일본 인구는 6%로, 50% 이상인 미국·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 멘탈 헬스 케어 스타트업, 잇따라 日 진출
한국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들도 최근 몇 년 새 잇따라 일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매일 기록을 통해 감정을 추적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앱 ‘하루콩’을 만든 ‘블루시그넘’은 2021년 6월부터 일본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후 3년 만에 일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 70만건을 기록했다. 블루시그넘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 200국 이상에서 ‘하루콩’을 이용하는데, 일본 이용자 수가 3~4위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디맨드’도 지난해 9월 일본 정보통신기업 네오토모와 손잡고 일본에서 멘탈 헬스케어 앱 ‘인마인드’를 출시했다. 손가락 끝 혈류 측정 결과를 토대로 사용자의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는 기능으로 일본 내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국내 최대 비대면 멘탈 헬스케어 플랫폼 ‘마인드카페’도 2022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스타트업 블루시그넘이 개발한 멘탈 헬스케어 앱 '하루콩'의 일본어판 화면/하루콩
◇커지는 日 ‘디지털 멘탈 케어’ 시장
일본의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직후 급격히 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억8100만 달러(약 4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3억2500만 달러로 늘었고, 2035년까지 13억6500만달러(약 1조 9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스타트업들도 이 같은 흐름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어웨어파이·아임비사이드유·이몰 등 현지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2020년 출시된 인지행동치료 기반 AI 챗봇 앱 ‘어웨어파이’는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가 70만건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이 앱에서 기록된 대화가 300만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부터 민간 스타트업의 정신건강 관리 기술을 지원하는 ‘첨단기술 활용 멘탈 헬스 서비스 개발 보조금’ 사업을 운영 중이다. 도쿄대 의대는 2022년 스타트업 15곳과 공동으로 ‘디지털 멘탈 헬스 강좌’를 개설, 산학협력 기반의 기술 연구도 강화하고 있다. 도쿄대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구 설명에서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의 정신 건강을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지원하는 ‘디지털 멘탈 헬스’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해당 기술에 대한 기초 및 응용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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