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탠퍼드대, 뇌 모사한 AI 모델로 원인 규명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수학 학습장애(MLD)를 겪는 아동의 뇌 활동을 AI 기반 모델로 정밀 재현해 그 근본 원인을 밝혔다./pixabay

유독 수학을 어려워 하는 아이는 공부를 덜 한 게 아니라 뇌 작동 방식이 달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인공지능(AI) 연구를 통해 제기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수학 학습장애(MLD)를 겪는 아동의 뇌 활동을 AI 기반 모델로 정밀 재현해 학습이 어려운 근본 원인을 밝혔다고 7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수학 학습장애는 전 세계 아동의 5~20%에게 나타난다. 또래보다 산수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며, 기본적인 덧셈과 뺄셈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까지는 뇌 영상 분석을 통해 일부 뇌 영역의 이상이 밝혀졌지만, 어떤 신경 작동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뇌 영상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뇌 모델을 만들었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실체를 가상세계에 똑같이 구현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제 아동의 수학 문제 풀이 능력과 뇌 활동 데이터를 학습시킨 AI 신경망을 개발했다. 뇌 모델은 가상세계에서 아이들처럼 수학 문제를 풀며 학습했고, 그 과정에서 뇌의 반응과 성과까지 정밀하게 모사했다.

그 결과, 수학 학습장애 아동을 모사한 모델은 일반 아동보다 학습 속도가 느리고, 문제 유형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덧셈과 뺄셈처럼 다른 유형의 문제도 비슷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학습장애가 있는 모델의 가상 뇌는 일반 모델보다 과도하게 활성화됐다.

연구진은 과도한 뇌 활성화가 수학 학습장애의 핵심 원인이라고 봤다. 뇌가 정보를 처리할 때는 자극과 억제의 균형이 중요한데, 이 균형이 깨져 뇌가 과하게 활성화되면, 학습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뇌가 과도하게 흥분한 상태를 반영한 AI 모델을 따로 만들어 관찰했다. 예상대로 수학 학습장애 아동처럼 학습 속도가 느리고 정확도도 떨어졌다. 관찰 중심의 뇌 영상 연구로는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따지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AI로 원인을 설정하고 그 결과를 살펴 인과 관계를 검증했다.

수학 학습장애 아동의 뇌 모델이라도 반복 학습을 하면 문제를 푸는 정확도가 일반 아동 수준까지 회복됐다. 다만 뇌 안에서 정보를 조직하는 방식은 일부 정상 모델과 차이가 있었다. 겉으로는 실력이 향상됐지만 뇌 속의 정보 처리 방식은 완전히 바뀌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AI로 각 아동의 뇌 특징을 모사해 학습장애의 원인을 개별적으로 분석한 사례”라며 “개인 맞춤형 교육법이나 뇌 자극법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q9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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