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 조사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올해 11.2%, 내년 8.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떨어지지만, 한국이 주력인 메모리 분야는 오히려 16%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일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5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를 7008억7400만달러(약 952조원)로 예측했다. 이는 전년(6305억달러)보다 11.2% 증가한 것이다. 내년에는 7607억달러로 올해보다 8.5% 성장할 전망이다. 제품별로 보면 메모리 성장률은 올해 11.7%, 내년 16.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HBM(HBM4)을 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가 주도하는 반도체 성장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회원사로 둔 WSTS는 반도체 시장의 수요·공급을 파악해 매년 두 차례 시장 예측 보고서를 낸다. 올해 첫 보고서에서 WSTS는 AI로 인한 메모리 수요를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WSTS는 내년 메모리 성장률을 16.2%로 전망했다. 2026년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8.5%)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로직(비메모리·7.3%)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해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WSTS는 “내년에 메모리 부문이 반도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이철원
올해 역시 메모리가 반도체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2025년 메모리 성장률은 11.7%로, 올해 전체 시장의 전년 대비 성장률(11.2%)보다 높았다. 로직 반도체(23.9%)에 이어 둘째다. WSTS는 “AI와 클라우드(가상 서버) 인프라, 첨단 가전 등에서 메모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주요 빅테크들은 과열 우려에도 AI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HBM뿐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가전 업체들도 AI 기능이 들어간 전자제품을 내놓으면서 고부가가치 메모리의 수요가 커지는 것이다.
메모리가 반도체 성장을 이끌면서 고부가가치 메모리인 HBM 시장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하며 독주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차세대 제품인 HBM4를 놓고 메모리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4는 내년 하반기쯤부터 본격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HBM4가 메모리 업체들의 다음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4를 업계에서 처음으로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고, 올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들보다 한 세대 앞선 D램(1c)를 HBM4에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부터 HBM4를 양산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의 HBM4 양산 예상 시점은 내년이다. 이를 위해 마이크론은 류더인 TSMC 전 회장을 이사회에 임명하는 등 인재를 확보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옴디아는 “HBM4의 공급 능력이 향후 시장 경쟁에서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했다.
◇감산·관세로 구형 D램 가격 상승
메모리 제품들의 가격도 강세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면서 구형 D램인 DDR4는 공급 감소로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버용 DDR4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8~23%, PC용 DDR4 가격은 13~18% 상승할 전망이다. 기존 전망치보다 모두 상향 조정된 것이다. 3분기에도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업체들이 범용 제품인 DDR4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일부 기업이 재고 확보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DDR5 가격도 오름세다. DDR5의 계약가는 지난 1월 3.75달러에서 4월 4.60달러로, 3개월 동안 22.7% 상승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