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100큐비트 양자칩 앞세우며 기술경쟁…한국은 실험실 수준
"국책 R&D로 실증 기회 늘려야…해외 시스템 통한 연습도 방법"

지난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4에 참가한 IBM 관계자가 양자 컴퓨터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 2024.6.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한국이 주요국 대비 양자 기술이 뒤처지지만, 관련 소재·부품·장비 및 소프트웨어(SW) 분야서는 빠르게 추격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양자 밸류체인에 합류하기 위해 체력을 키우려면 정부가 개발 결과물의 초기 수요를 끌어줘야 한다는 조언이다.

6일 양자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국은 100큐비트(연산단위) 이상의 양자 프로세서(QPU)를 내놓으며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QPU는 양자컴퓨팅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이에 기반한 상용 양자컴퓨팅 기업도 나오고 있다. 127큐비트 규모 퀀텀 시스템 원을 만든 IBM, 이온트랩 큐비트에 기반한 아이온큐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중국과학기술대에서 QPU '쭈충즈 3.0'을 내놓으며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규모 QPU나 상용 양자컴을 개발·운용한 경험이 없다. 한국표준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실험실 규모(20큐비트 내외) 양자컴을 개발했을 뿐이다.

업계는 한국이 우선 소부장, 알고리즘, SW 분야에서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반도체 등에서 초정밀 가공 기술을 축적한 바 있고, 수학·컴퓨터공학 역량도 우수한 편이기 때문이다.

방승현 한국양자산업협회(KQIA) 회장은 "양자 소부장 주요 기술로 저온 장비, 고진공 시스템, 라디오 주파수(RF) 제어 모듈, 광학소자 등이 있다. 글로벌 양자랩·센터 등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QPU와 비교하면 기술 장벽이 낮은 분야다. 한국도 특정 고성능 부품은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의 국책 연구개발(R&D)로 국내 기업의 양자기술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다. SDT 등 국내 스타트업은 양자 소부장 분야에 도전 중이다.

방 회장은 "초기에는 수요 연계 국책 연구개발(R&D)을 통해 국내 양자 기업의 체력을 길러줘야 한다"며 "공공기관·연구소 및 제약·소재·금융 등 산업군을 중심으로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 상용화에 필수적인 개념검증(PoC) 기회가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QPU 등 핵심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사이드 기술 개발에 머물러서는 주요국 기술에 종속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올해 3월 범부처 조직 '양자전략위원회'를 출범, '1000큐비트 양자컴 개발' 등 코어기술 격차 해소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과학계 관계자는 "단순 큐비트 증가를 넘어, 시스템 통합(풀스택)·SW 생태계·운용 경험이 요구되는 과업"이라며 "운용·최적화·에러 보정·알고리즘 설계 등 전주기 경험을 확보해 기술 내재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BM, 아이온큐, 리게티 등 글로벌 시스템을 국내로 유치해 PoC를 반복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egomaster@news1.kr

<용어설명>

■ 큐비트
큐비트 또는 양자 비트는 양자 컴퓨팅에서 데이터를 인코딩하는 데 사용되는 정보의 기본 단위다. 물질의 얽힘과 중첩 상태인 '결맞음'을 이용해 0과 1의 값을 동시에 지닌다. 양자컴퓨팅의 혁신적인 연산 속도를 구현하는 배경이다.

■ 이온트랩
전기장으로 이온을 붙잡아 안정된 상태를 유지시킨 뒤 이를 큐비트로 활용하는 것.

■ QPU
양자 컴퓨터의 두뇌인 QPU는 전자나 광자와 같은 입자의 동작을 연산 단위(큐비트)로 사용한다. 이 때 큐비트는 기존 비트와 달리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기존 컴퓨터 프로세서(CPU)보다 특정 부문에서 훨씬 더 빠른 계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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