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절 정부 보조금 지원이 대폭 늘어난 한국자유총연맹(자유총연맹)이 조직적 댓글공작을 벌인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 운영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이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교육료 명목으로 재정적 지원을 시도한 단서도 찾았다.
자유총연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조금 지원이 크게 증가한 대표적인 보수 관변단체다. 2023년 윤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에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이듬해에도 찾아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거짓 선동과 싸우고 정의와 진실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리박스쿨과 함께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 손가락 군대(자손군)'이란 댓글공직팀을 운영한 또 다른 극우 성향 단체 '트루스코리아' 대표 정 모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카페에 '2024년 자유총연맹 안보분과위 신년도 업무계획'을 설명하면서 리박스쿨 활동과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를 언급했다. 자유총연맹과 리박스쿨 간 조직적 연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트루스코리아 대표 정 씨는 해당 카페에 '리박스쿨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 등을 모집한다'는 글도 올렸는데, 이 모집글에서 리박스쿨 측이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시도한 흔적이 포착됐다.
2023년 6월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 (출처:대통령실)
자유총연맹-리박스쿨 '연결고리'... "신년업무 계획에 '리박스쿨'"
뉴스타파는 리박스쿨과 댓글공작팀 '자손군'을 함께 운영한 단체 '트루스코리아'의 대표 정 모 씨가 운영한 네이버 카페 내용을 확인했다. 'Truthkore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는 정 씨는 2024년 1월 30일 네이버카페에 '자유총연맹 안보분과위 신년도 업무 계획'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 씨는 이 글에서 "2023년 6월 28일 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척결 선언을 계기로 보수애국진영 인사들로 구성된 기존의 '국가보안법수호 자유연대'를 '반국가세력 척결을 위한 국민행동'으로 확대 개편, 활동 중"이라고 적었다.
리박스쿨과 손효숙 대표가 언급된 것은 두 번째 항목에서다. 정 씨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바로 알기 단체인 리박스쿨 활동(손효숙 위원)'이라는 소제목 아래 "전교조와 교사연합이 반대한 초등학교 늘봄 교육제도의 필요성을 홍보, 정부 정책을 지원 중"이라고 적었다.
앞서 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이 ‘창의체험활동지도사’라는 민간자격증을 미끼로 댓글공작 참여자를 모집하고, 초등학교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심으려 했다는 손효숙 대표의 숨은 목적을 밝히는 보도를 한 바 있다.(관련보도 : 리박스쿨 '댓글부대 단장'이 아이들 상대 '역사 강의')
트루스코리아 네이버카페에서 정 씨는 리박스쿨의 노인 대상 댓글 조작 수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정 씨는 "1월 31일부터 2월 21일간 4주간 4회에 걸쳐 총선 승리를 위한 시니어 대상 스마트폰 교육 예정"이라고 설명했는데, 리박스쿨의 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며 노인들을 모아놓고 댓글 공작을 벌였던 사업이다.
리박스쿨 손효숙 “자유총연맹 청년자문위원 20명 내가 추천”
사실 자유총연맹과 리박스쿨 간의 관계는 김문수 캠프의 김행 시민사회총괄단장이 직접 밝혔다. 김행 전 단장은 지난달 14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자유민주총연맹이라는 집단이 있다"면서 "거기에 50여 개의 보수 시민단체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운동' '리박스쿨'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가 직접 자유총연맹을 언급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잠입 취재중인 뉴스타파 기자에게 "자신이 자유총연맹 청년자문위원으로 추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미 청년 20여명을 자유총연맹 청년자문위원으로 추천해 위촉됐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그는 자유총연맹 내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보인다.
(자유총연맹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마다 거기서 기념사도 하시고 하셨던 곳이고. 거기가 말하자면 자유와 안보 지킴이야. 그래서 거기에 내가 우리 청년들 20명 이번에 내가 전부 다 추천해 갖고 자문위원으로 위촉받았거든. 이승만 학당 등에서 요즘 이런 교육을 많이 하는데 사실은 좀 비용도 많이 받고 해요. 근데 여기는 전부 다 무료야. 온라인도 되고.
- -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
윤석열 정부 들어 자유총연맹 보조금 30% 이상 증가
자유총연맹에 대한 재정지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크게 증가했다. 2023년 7월 윤 전 대통령은 "민간단체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2조 원 가까이 늘어나며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만연했다"고 지적했었지만, 정작 관변단체에 관해서는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23년 10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행정안전부, 전국 지방자치단체(대구시 자료제출 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유총연맹 보조금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93억 4,461만 원에서 2023년(윤석열 정부 2년 차) 122억 4,449만 원으로 2년 만에 약 31% 증가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재정 지원을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자유총연맹에 출연금 지급과 기부금 납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발의안에는, 자유총연맹에 국가·지방자치단체 출연금 지급, 개인·법인·단체 기부금 납부 등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자체 보조금 받아 강사료 지급”…리박스쿨, 예산 지원 시도 정황 드러나
리박스쿨이 강의료나 교육비 명목으로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추진한 정황도 드러났다. 트루스코리아 대표 정 씨가 작성한 글에는 “구청에서 예산 지원되면 교육 수료 시 전액 장학금으로 환불 가능”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2024년 1월 정 씨가 네이버 카페에 올린 <돌봄지도사 양성 교육과정 운영> 글에서 늘봄학교 제도를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국정과제’로 설명하며 교육 참여자를 모집했다. 교육은 2주 5회, 총 20시간의 입문과정이며, 대상은 50~70세 보수우파 애국시민 중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교육 관련 문의는 리박스쿨로 하도록 안내돼 있었다.
공지글에 따르면, 리박스쿨이 운영하는 해당 프로그램의 목표는 서울 서초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시범 돌봄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회비는 15만 원으로 명시돼 있는데, 이어진 문장에 “구청에서 예산 지원이 되면 교육 수료 시 전액 장학금으로 환불 가능”이라고 돼 있다. 이 같은 표현으로 미뤄볼 때, 리박스쿨이 실제 구청 예산을 지원받은 전례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뉴스타파는 트루스코리아 대표 정 씨에게 전화로 입장을 물었다. 정 씨는 "자유총연맹 소속이냐"는 기자 질문에 “자유총연맹 안보분과위원으로 위촉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개인으로부터 후원받은 돈으로 댓글팀에게 포상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면서 “허위사실이 담긴 댓글 작성을 독려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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