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4일 입단... 2년 만에 V리그 복귀하는 거포 유망주한때 V리그 전체가 주목하던 신인왕 출신 유망주가 2년 만에 코트로 돌아온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구단은 4일 공식 SNS를 통해 아웃사이드히터 지민경이 팀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 입단한 지민경은 2021년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로 이적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2023년 방출 당했다. 하지만 방출 후에도 재활과 훈련을 이어간 끝에 현대건설에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현대건설은 같은 날 아웃사이드히터 고민지와 김민채, 세터 최서현을 방출하며 선수단 정리에 돌입했다. 특히 서베로(서브+리베로)로 쏠쏠한 활약을 해준 고민지의 방출은 다소 의외였다. 고민지는 개인 SNS를 통해 "제가 사랑했고 좋아했던 현대건설과의 이별을 끝으로 앞으로의 겨울이 조금은 차갑게 식어버릴지 몰라도 저에게 남은 수많은 사계절을 누리며 부지런히 달리겠습니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 |
▲ 2016-2017 시즌 신인왕 수상자 지민경은 2023년 페퍼저축은행에서 방출된 후 2년 만에 3번째 둥지를 찾았다. |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
프로에서 두 번째 기회 잡은 선수들
V리그에 입단하는 신인 선수들은 황연주(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나 임명옥(IBK기업은행 알토스)처럼 오랜 기간 코트를 누비길 기대하지만 매년 신인이 입단하고 2군리그도 없는 V리그에서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은 매우 어럽다. 실제로 구단에서 기대하는 '특급 유망주'가 아니라면 짧게는 입단 후 1~2년, 길어도 3~5년 안에 가능성을 보여주거나 경쟁력을 증명해야만 V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에서 방출을 당했다고 해서 두 번째 기회가 영원히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프로에서 방출된 선수들 중에는 실업 무대로 자리를 옮겨 기량을 끌어올린 후 프로에 재 입성해 쏠쏠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프로에 재입성해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지난 5월 육상선수 김병준과 결혼하며 새 신부가 된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히터 이예림이다.
지난 2015-2016 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3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예림은 두 시즌 동안 2경기에서 2득점을 올린 후 2017년 현대건설에서 방출됐다. 방출 후 대구시청과 수원시청 등 실업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2021년 실업연맹전에서 김종민 감독의 눈에 들어 그 해 7월 도로공사에 입단하면서 4년 만에 프로 재입성에 성공했다.
이예림은 도로공사에서 백업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며 세 시즌 동안 94경기에서 193득점을 올렸지만 도로공사가 FA시장에서 강소휘를 영입하면서 연봉 상한선 문제 때문에 이예림을 방출했다. 이예림은 지난해 6월페퍼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36경기에서 87득점을 기록했고 지난 4월 28일 FA 고예림의 보상 선수로 지명을 받으면서 8년 만에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현대건설로 복귀하게 됐다.
GS칼텍스 KIXX에서 6년 간 활약하다가 방출 후 수원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김채원 리베로도 2023년 기업은행에 입단하며 프로 재 입성에 성공했다. 2023-2024 시즌 후반기 맹활약으로 대표팀까지 선발된 김채원은 지난 시즌 허리 부상으로 고전했음에도 데뷔 후 가장 많은 33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베테랑 임명옥 리베로가 가세하면서 다음 시즌 주전 자리 사수가 불투명해졌다.
방출 후 개인 재활·훈련하다가 현대건설 입단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여자배구를 주름 잡았던 거포 지경희의 지민경은 선명여고 시절부터 고모처럼 거포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한 지민경은 루키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30.02%의 성공률로 176득점을 올리며 신인왕에 선정됐다. 그러나 루키 시즌이 지민경이 프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시즌이 되고 말았다.
2017-2018 시즌 2년 차 징크스에 빠지며 25경기에서 57득점을 올리는데 그친 지민경은 2018-2019 시즌 부상으로 단 7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민경은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2019-2020 시즌 23경기에서 119득점을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 했지만 2020-2021 시즌 무릎 부상으로 12경기만 출전했다가 2021년 5월 신생구단 특별지명을 통해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지민경은 페퍼저축은행 이적 후에도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두 시즌 동안 23경기에서 단 10득점을 올리는데 그쳤고 결국 2022-2023 시즌이 끝나고 페퍼저축은행에서 방출됐다. 지민경은 방출 후에도 배구를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임도헌 배구 아카데미'에서 재활과 훈련, 수강생 코칭을 병행하며 꾸준히 땀을 흘린 끝에 4일 현대건설 합류가 결정되면서 2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정관장)과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고예림도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물론 일본 출신의 새 아시아쿼터 자스티스 야구치와 고예림의 보상선수 이예림이 합류했지만 정지윤의 백업으로 활약하거나 정지윤과 왼쪽에서 큰 공격을 해줄 아웃사이드히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경기력만 회복하면 지민경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뜻이다.
지민경의 선명여고 동기이자 지민경보다 늦게 지명됐던 '에이유' 유서연(GS칼텍스)은 이미 2번이나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두 번이나 FA 계약을 체결한 V리그의 스타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비록 부상 때문에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지민경도 1998년생, 만 27세로 선수로서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다. 신인왕 출신의 대형 유망주였던 지민경은 현대건설에서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