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컨퍼런스 2025
방승찬 ETRI 원장이 5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ETRI 컨퍼런스'에서 서울-대전-부산간 가위바위보 시연을 통해 6G 통신의 저지연성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제공
"가위, 바위, 보!"
서울의 시연자가 화면을 향해 손짓을 하자 스크린 너머 시연자들은 일제히 주먹을 쥐었다. 구호 소리에 맞춰 동시에 손을 주먹, 보, 가위 모양으로 만들었다. 조금의 시간 차이도 없이 시연자들은 동시에 자신의 패를 냈다. 스크린을 사이에 둔 이들에게선 거리나 시간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세계 최초로 6G 실시간 통신 기술을 시연했다.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TRI 컨퍼런스 2025’ 현장에서 방승찬 ETRI 원장은 직접 단상에 올라 서울-대전-부산을 양방향 연결하는 약 800킬로미터(km) 구간의 실시간 가위바위보 게임을 선보였다. 지연시간 5밀리초(ms) 미만, 전송속도는 초당 200기가비피에스(Gbps), ETRI가 개발한 6G 기술이 현장에서 첫 공개됐다.
시연에 사용된 6G 네트워크는 서브테라헤르츠(Sub-THz) 대역과 10기가헤르츠(GHz) 광대역폭을 활용했다. Sub-THz는 100~300GHz 사이의 초고주파 영역으로 6G의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ETRI는 이 대역에 다중 송수신(MIMO)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으로도 지연 없는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200Gbps는 50기가바이트(GB) 용량의 4K 초고화질(UHD) 영화 한 편을 2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속도다. 초고화질 실감형 콘텐츠나 자율주행, 원격진료와 같은 고용량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해야 하는 서비스에 필수적인 인프라다. ETRI는 이번 시연을 계기로 향후 지상망과 위성망을 통합한 초공간 6G 통신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안내로봇 ‘에디(Eddie)’도 공개됐다. 방 원장은 발표 후 시각장애인용 안경을 착용한 채 로봇 에디와 함께 무대 아래로 내려와 로봇이 실시간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음성으로 안내하는 모습을 직접 시연했다.
에디는 4족 보행 플랫폼 위에 음성 안내와 대화 기능을 탑재해 신호등, 장애물, 주변 사람 등 다양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오는 2027년 로봇 안내견 인증 시험 통과가 목표다.
이밖에도 초실감 공간현실 스트리밍,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혈당센서, 국산 가속기를 탑재한 고성능 HPC 클러스터, 지상-위성 통합 6G 기술 등 ETRI의 30개 성과 기술이 전시됐다.
모든 기술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시연 형태로 구성됐다. 일부 기술은 기업 IR을 통해 민간 투자자들과 사업화 논의도 이뤄졌다.
방승찬 원장이 'ETRI 컨퍼런스'에서 200Gbps 초저지연 6G 통신을 시연하고 있다. ETRI 제공
이날 기술세션에서는 인공지능, 양자기술, 디지털융합, 초실감 미디어 등 7개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방 원장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전략기술의 민간 이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산학연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시연한 6G 기술은 단순한 개념 검증을 넘어 실제 상용화 단계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가 전략기술의 선도기관으로서 사회적 기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TRI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멀티모달 교감형 인공지능(AI) 로봇. ETRI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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