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세계 우주기업들 참여한 ISS 2025 주최
5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스페이스 서밋(ISS) 2025에서 만난 이성희 컨텍 스페이스그룹 회장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실용적인 협력 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고 했다./컨텍
“인터내셔널 스페이스 서밋(ISS)은 사람을 앉혀 놓고 발표만 듣게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눈을 맞추고, 얼굴을 익히고 다 함께 밥을 먹는 자리예요. 협력은 그런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올해로 3회를 맞은 ISS 행사의 주최사인 컨텍의 이성희 회장은 5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위성을 만드는 회사도, 지상국 운영하는 회사도, 로켓을 쏘는 회사도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협력의 장이 없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성희 회장은 컨텍 창업 초기부터 해외에 나가 발표하고 우주 기업 관계자들과 인맥을 쌓았다. 유수 우주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기 위해 집 앞에서 7시간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고 했다. 올해도 한 달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해외에 머무르며 한국의 우주 산업을 알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년 넘게 업계에 몸담으며 느낀 가장 큰 한계는 한국 시장이 좁다는 것이었다”며 “위성, 발사체, 지상국 각각을 잘 만드는 기업들이 서로 연결돼야 진짜 산업이 되는데, 한국 안에서는 불가능하니 해외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우주 기업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았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우주 기업을 받아주는 해외 무대는 없었고, 발표 기회도 얻기 어려웠다. 3~4년을 매달려 요청해야 겨우 2~3분 발표할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10년 동안 축적한 인연과 신뢰는 컨텍을 200여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국내 대표 우주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은 “다른 국내 스타트업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자리를 만들자고 결심했다”며 “한국 우주 생태계 전체가 성장해야 컨텍도 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ISS다.
2023년 ISS 첫 행사는 말 그대로 ‘맨땅’에서 시작됐다. 이 회장이 직접 연락해 30국에서 300여 명을 초청했다. 스타트업들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도록 비용도 지원했다. 이 회장은 “한국에도 우주 포럼은 있지만, 자리에 앉아서 발표만 듣고 끝나는 게 대부분”이라며 “실질적인 네트워킹 기회를 만들기 위한 행사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세 번째로 열린 ISS의 주제는 ‘협력’이었다. 이 회장은 “이번에도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상대를 하나하나 직접 연결했다”며 “카자흐스탄 대사가 와서 구소련 시절의 발사장을 소개했고, 이곳을 국내 우주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활용할 수 있게 다리를 놨다”고 했다.
지난 3일 컨텍은 일본의 위성 지상국 운영 플랫폼 기업 '인포스텔라'와 MOU를 맺었다. 이성희 컨텍 회장(왼쪽)과 나오미 쿠라하라(Naomi Kurahara) 인포스텔라 CEO./컨텍
이날 오전 컨텍은 룩셈부르크의 우주 기상 기업인 ‘미션 스페이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컨텍과 룩셈부르크가 발사하는 위성에 미션 스페이스의 우주 기상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판매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앞서 3~4일에는 일본의 인포스텔라, 워프스페이스, 이탈리아의 메타센싱과도 MOU를 맺었다.
ISS의 성장과 글로벌 협력 성과는 민간 기업이 주도한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하지만 이 회장은 “민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정부가 진짜 브릿지(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정부 프로젝트를 순환 방식으로 민간에 배분해 생태계를 키우고, 유럽은 유럽우주국(ESA) 프로젝트를 통해 다자 간 협력을 이끈다고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해외 우주 전시회에 현지 주재 대사를 보내 자국 기업 부스를 홍보한다. 이 회장은 “한국은 아직도 정부가 기업을 돕는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그 사이 기회는 다 날아간다”고 했다.
이 회장은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실용주의적 우주 정책을 당부했다. 그는 “우주는 1~2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산업이 아니라. 긴 호흡과 인내가 필요하다”며 “국제 협력 역시 공공 기관이나 연구기관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스타트업이 실제로 글로벌 파트너와 손잡을 수 있게 돕는 장기적인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속 가능한 글로벌 협력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도 필수라고 했다. 그는 “국내 대학에 항공우주공학과는 많지만, 발사체 엔진 개발이나 위성 영상 처리, 지상국 설계 같은 실무 중심의 교육이 없다 보니 당장 산업에 투입할 인재가 없다”며 “국립대에 우주특성화대학원대학교 같은 실용 중심 교육 과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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