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7명 듣는 대학원 코딩 수업에
운영·학습 돕는 AI 도입한 KAIST
학생은 눈치 안 보고 충분히 질문
사람 조교는 핵심 내용 집중 지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조교 프로그램이 학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화면. 카이스트 제공
국내 대학이 24시간 학생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인공지능(AI) 조교를 실제 강의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실질적인 교육 보조 역할을 수행하며 학생들의 이해를 높이고 강사진의 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서 AI 기반 학습 방식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최윤재 김재철AI대학원 교수와 홍화정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공동 연구진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AI 조교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지난해 가을학기 수업에 적용한 결과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적용 교과목은 석·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477명이 수강한 '인공지능을 위한 프로그래밍'이었고, 14주간 총 3,869건의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국내 대학 교육 현장에서 AI 조교 기술을 실증한 건 국내 최초다.
연구진이 도입한 AI 조교는 기존 챗봇과 달리 수업 내용에 특화한 AI 에이전트다. 강의 슬라이드와 코딩 실습 자료 등을 자동으로 정리해 기억하고, 학생이 질문하면 가장 관련 있는 수업 자료를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검색 기능과 생성형 AI를 결합한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이 사용됐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의 소스 코드를 공개해 다른 교육기관과 연구자들도 유사한 학습 보조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카이스트 연구진이 실제 강의에 적용한 인공지능 조교 프로그램의 작동 원리를 도식화한 그림. 학생이 질문을 입력하면 PDF 파일과 수업 녹화 파일, 코딩 실습 파일 같은 강의 자료로 구축해둔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한다. 카이스트 제공
분석 결과, AI 조교는 학생들의 학습 참여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전 수업에서 다뤘던 내용이나 개념 정의 같은 질문도 자유롭게 반복할 수 있어 수업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히 전공 과목이 아니거나 사전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이 기본 개념을 보충 학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해당 수업을 들었던 양지원 박사과정생은 "사람 조교에게 질문하기 망설여졌던 내용도 AI 조교에게는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었다"며 "더 많이 질문하며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강사진은 좀 더 효율적인 수업 지원이 가능했다. 전년 같은 수업에서보다 조교가 직접 응답한 질문 수가 약 40%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수업의 책임 조교였던 권순준 박사과정생은 "AI 조교 도입 이후 학생들의 반복 질문이 줄어든 덕분에 보다 고차원적인 학습 지원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AI 조교 도입과 분석을 이끈 최윤재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수강생과 강사진 모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교육 현장에 AI 기술의 긍정적인 영향이 확대되기를 기대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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