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
하루 30분이 최고 효과…2시간 이상 땐 별로
좋은 하루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는 시간이다. 픽사베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이 곧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이다.”
미국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애니 딜러드가 했다는 이 말은 행복한 하루가 쌓이면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좋은 하루를 보내는 건 행복한 삶의 기초를 다지는 행위다.
그렇다면 좋은 하루의 기준은 뭘까? 무엇이 좋은 하루를 만드는 원동력일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이 좋은 하루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는 시간으로 나타났다고 심리학 분야의 사전출판논문 공유집 ‘사이아카이브’에 발표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이지만 우리한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연구진은 우선 2013년과 2021년 두 차례의 ‘미국인 시간 사용 조사’(American Time Use Survey) 데이터에서 미국인들이 100가지 이상의 활동에 소비하는 시간을 뽑아냈다. 이어 이들이 평소보다 하루를 더 즐겁게 또는 우울하게 보냈다고 답변한 날에 각각 어떤 활동을 하면서 보냈는지 살펴봤다.
분석 결과 하루 30분의 사교 활동은 좋은 하루를 보내는 데 가장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사교 시간이 2시간을 넘으면 한계효용이 사라졌다. 예외가 있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이 한계를 벗어나도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좋은 하루에 포함되는 활동으로 꼽혔다.
쉬면서 보내는 시간은 좋은 하루와 부정적 상관관계에 있다. 픽사베이
6시간 이상 업무는 ‘좋은 하루’에 부정적
성인의 경우, 하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 시간이다. 업무 시간은 ‘좋은 하루’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
업무 시간의 양에 따라 크게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 사람들은 일하는 동안 낮은 행복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번 연구에선 하루 6시간까지는 그날의 행복감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러나 6시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업무 시간이 좋은 하루를 망치는 쪽으로 작용했다.
집안일과 업무 관련 출장 여행은 좋은 하루보다는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엔 짧은 시간의 출퇴근이 좋은 하루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엔 없었던 현상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정서적으로 좋은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쉬면서 보내는 시간도 ‘좋은 하루’엔 부정적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쉬면서 보내는 시간은 좋은 하루와 부정적 상관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는 쉬는 시간의 대부분을 텔레비전을 보는 데 소비하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쉬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언뜻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효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1년엔 텔레비전 자리를 유튜브 등 동영상 채널이 대신했지만 휴식의 부정적 효과는 똑같았다.
연구진은 좋은 하루의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2013년과 2021년 조사에서 좋은 하루를 보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두 사람의 하루 일정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두 사람 모두 가족과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스포츠나 운동을 한 것이었다.
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갈까, 친구를 불러낼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연구진은 “우리가 하루를 보내면서 맞닥뜨리는 매 순간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이며, 거기엔 이점보다 비용이 증가하는 임계점의 순간이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은 언뜻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 시간에 텔레비전을 끄고 친구나 가족과 정담을 나누는 것이 ‘좋은 하루’를 보내는 데 더 효과적인 선택이다.
연구진은 따라서 활동의 적정량, 즉 시간의 가치가 바뀌는 임계점을 알게 되면 좋은 하루를 보내는 법, 나아가 좋은 인생을 사는 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What Makes a Good Day?: An Interpretable Machine Learning Approach to the American Time Use Survey.
DOI: 10.31234/osf.io/zs9t2_v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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