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국회서 취임사… 어떤 내용 담겼나
21대 대통령 당선증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4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증.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향후 국정 운영 방향과 관련해 ‘통합’과 ‘유능’을 강조했다. 그는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고 했다. 또 “민생을 바꿀 의지가 없는 정치 세력이 편 가르기에 매달린다”면서 민생 역량과 통합은 연결된 문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각 분야 현안과 관련해서 ‘유연한 정치’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내걸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42회)이었다. 주로 통합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썼다. 이 대통령은 그다음으로는 경제·민생 회복을 강조하며 ‘성장’(22회)을 자주 언급했다.
그래픽=백형선
[정치]
“실력 없는 정치가 국민 편 갈라, 진보·보수 따로 없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 세력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다”며 “이제 출범하는 민주당 정권 이재명 정부는 정의로운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민생·경제·안보·평화·민주주의 등 내란으로 무너지고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민생을 개선하고 국론을 통합하는 데 국정 역량을 집중하면 분열과 갈등으로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전임 윤석열 정부는 민생에 대한 관심이 적었기 때문에 야당과 타협하기보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이 위기를 극복해 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大統領)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통합’을 5번 언급했다. 42회 언급한 ‘국민’도 주로 통합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작은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진보·보수로 나뉘는 이분법도 지양하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며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이라며 “깊고 큰 상처 위에 희망을 꽃피우라는 준엄한 명령,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는 그 간절한 염원에 응답하겠다”고 했다. “그늘진 담장 밑에서도 기필코 해를 찾아 피어나는 6월의 장미처럼, 우리 국민은 혼돈과 절망 속에서도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며 “주권자 국민의 뜻을 침로 삼아 험한 산을 넘고 가시덤불을 헤치고서라도 반드시 전진하겠다”고 했다.
[경제]
“AI 대대적 투자, 국가 재정 마중물 삼아 경제 살릴 것”
이 대통령은 취임사의 상당 부분을 경제에 할애했다. 성장(22회), 경제(12회), 위기(8회), 미래(7회), 민생(5회) 순으로 거론하면서 무너진 경제 회복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며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고 했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선되면 약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며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향으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과거 민주당 정부가 꺼려 했던 ‘시장주의’ ‘네거티브 규제(명시된 금지 외에는 허용하는 규제 방식)’ 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개인도, 국가도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며 성장을 강조했다. 성장의 문제를 사회 통합과 관련지으며 “저성장으로 기회가 줄어드니, 함께 사는 경쟁 대신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전쟁만 남았다. 극한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이 남녀를 갈라 싸우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과 분배는 모순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미래를 준비하고 지원하며 투자하겠다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가난해도 논밭 팔아가며 자식들 공부시킨 부모 세대의 노력이 있었고, 그 노력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끌었다”면서 “정부가 나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지원하며 투자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 지원을 고리로 “미래를 주도하는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불공정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고, 부당하게 약자를 억압하며,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 거래로 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등,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고 규칙을 지켜 피해를 입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외교·안보]
“한미동맹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北 도발 대비"
이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해서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며 “북한 GDP(국내총생산)의 2배에 달하는 국방비와 세계 5위 군사력에, 한미 군사 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 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북한 도발에 대비하되 소통 창구 복원에도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안전이 밥이고, 평화가 경제”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 기조와 관련해서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며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 대한민국 경제 영토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와 경제 역량을 기반으로 선도 국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 외교 안보 정책은 기존의 군사 중심 억지력에 기반하되 경제·문화·기술 외교를 결합한 접근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세계’라는 단어를 17회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군과 관련해서는 “불법 계엄으로 실추된 군의 명예와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군이 정치에 동원되는 불행을 다시는 겪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 정부의 국정 목표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다시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 문화가 꽃피는 나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 등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 주권에 대해서는 ‘빛의 광장’ 의미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 대개혁과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끝맺으며 “이제 국민께서 부여한 사명을 따라 희망을 찾아가겠다”며 “우리 국민은 하나일 때 강했고, 국민이 단합하면 어떤 역경이든 이겨내 왔다”고 했다. 이어 “회복도 성장도 결국은 이 땅의 주인인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모든 국가 역량이 국민을 위해 온전히 쓰여지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자”며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5200만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탁받은 대리인으로서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주어진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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