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비서실장·안보실장에 민주당 현역 의원들 지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대통령경호처장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4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4선·서울 영등포을) 의원을 지명했다. 이 대통령을 보좌할 대통령실을 이끌 비서실장에는 강훈식(3선·충남 아산을) 의원, 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가안보실장에는 위성락(비례대표) 의원을 임명했다.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지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장관급 이상 인사 중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김민석 후보자는 총리에 임명된 뒤에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강훈식·위성락 실장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위 실장의 의원직은 민주당의 비례대표 다음 순번으로 승계되고 강 실장 지역구는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은데도 현역 의원을 대거 차출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인선이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 나왔다. 주변의 추천이나 세평을 중시하거나 관료나 교수 등 전문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이 대통령이 함께 일해보며 직접 경험한 인물을 중용하는 스타일이란 것이다.
총리에는 애초 대내외적 경제 위기 등을 감안해 경제인 출신이 발탁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여성 총리’ 발탁 가능성도 제기됐다. 비서실장이나 안보실장은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현역 의원을 차출한 전례가 거의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자기 뜻을 이해하고 개혁 과제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은 결국 최근까지 함께 일한 정치인들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인선을 발표하면서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해 “4선 의원이자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통찰력이 매우 깊은 분”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를 할 때 수석 최고위원으로 호흡을 맞춘 김 후보자가 자기 의중을 빠르게 파악하고, 당정 협의를 원활하게 이끌어갈 적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이철원
서울대 사회학과 82학번인 김 후보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을 지낸 86 운동권의 대표 주자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DJ의 정치적 아들’로 불리며 주목받았고, 32세이던 1996년 15대 총선 때 서울 영등포을에서 당시 최연소로 당선됐다. 하지만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에서 돌연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 쪽으로 갔다. 이 일로 ‘철새’ 이미지가 붙었고, 민주당 지지자들한테 ‘김민새’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후 김 후보자는 ‘정치적 터널’에 들어갔고,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SK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2005년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돼 18년 만에 정치적으로 재기했고, 이번에 총리로 낙점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강훈식 비서실장에 대해선 “남다른 이해력으로 국민과 대화하는 브리지형 인물로 국정 운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2022년 대선 때 이재명 캠프의 전략기획본부장이었고, 이번 대선에서도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지난 20대 총선 때부터 내리 3선을 하면서 충남지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의원직을 내려놓고 정권 성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올해 53세로 70년대생 첫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도 1964년생으로, 내각과 비서실 수장이 지난 정부 때보다 젊어졌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위성락 안보실장에 대해선 “공약을 설계하고 국정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인물”이라고 했다. 이종석 후보자에 대해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책임지며 국정원의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정보 전달 체계를 혁신했던 그 경험으로 통상 파도 속에 국익을 지켜낼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했다.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인 안보실장과 국정원장 인사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 이른바 ‘동맹파·자주파’ 갈등이 언급됐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인 위 실장과 대미 자주 외교를 강조하는 자주파인 이 후보자는 당시 갈등의 한가운데 있었다.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갈 핵심 직위에 상반된 성향의 두 인물이 기용된 것이다. 위 실장은 외교·안보 정책 총괄, 이종석 후보자는 대북 관계에 주력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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