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치고 청년들과 함께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면서 윤석열정부의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혔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 재추진 동력을 얻었다. 빠르면 이달 안에 '재재발의'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KBS·방송문화진흥회(MBC 최대주주·이하 방문진)·EBS 이사 증원을 규정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지난 4월부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각 방송사의 사장을 선출·감독한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말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방송3법에 대해 도출한 단일안을 논의했다. 현재 KBS 11명, 방문진 9명, EBS 9명인 이사 정원을 모두 10명대로 늘리면서 이사추천권의 절반을 정치권에, 나머지를 학계·법조계·종사자단체·시청자위원회에 배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소위 처리시점은 대선 전날인 지난 2일로 잡았다가 원내지도부의 요구에 따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3법 개정안은 2023년 11월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 같은 해 12월 국회 재표결 끝에 폐기됐다. 재의결 정족수(출석의원 3분의2)를 맞추지 못한 영향이다. 야권은 각 법안을 재발의한 뒤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정족수를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상향하는 방통위법 개정안과 '방송4법'으로 묶어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 처리를 강행했지만 윤 전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또다시 법안폐기 수순을 밟았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여야가 명시적 법령 없이 이사추천 몫을 나눠 갖는 관례가 유지돼왔다. 정부 전환기엔 방송사 내외부 압력에 따라 직전 정부 때 취임한 방송사 사장이나 이사가 임기 도중에 사임하거나 축출되는 사건이 빈번했다.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8년 1월 해임돼 직을 잃었다가 2023년 6월 해임취소 판결이 확정된 고대영 전 KBS 사장이 사례 중 하나다.
윤석열정부에선 공영방송 경영진 임면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됐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의철 전 KBS 사장은 2023년 8·9월 각각 해임됐다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해임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특히 김 전사장은 고 전사장과 마찬가지로 직무에서 배제됐다가 본안 소송에서 뒤늦게 승소한 탓에 경영권 침해를 회복할 수 없게 됐다. EBS에선 유시춘 이사장과 김유열 사장이 '방통위의 후임 임명절차에 위법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직무를 유지하고 있다.
방송계·학계에선 정부 교체기마다 발생하는 공영방송 경영권 쟁탈전을 '정치적 후견주의' 혹은 '엽관제'라고 설명한다. 이를 탈피하려면 정치권의 이사추천 몫을 더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9일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개최된 공청회에서 한 언론종사자단체는 "국회추천 몫 이사를 전체의 3분의1 이하로 줄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관련 공약을 낸 만큼 법개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가 나온다. 공약목록에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제 정비 △방송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2023년 11월 방송3법에 대해 "그릇된 언론관을 바로잡고 언론자유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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