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중동 등 각국 상용화 경쟁
그래픽=김성규
오는 2028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전기 비행 택시가 뜬다. 이를 위해 주최 측은 미국 전기 비행 항공기 업체 아처 에비에이션과 제휴했다. 아처의 전기 비행 택시 ‘미드나이트’는 승객을 최다 4명 태울 수 있다. 미드나이트는 올림픽 기간에 미국 대표팀을 비롯해 중요 인사, 관중, 대회 관계자 등의 수송을 담당한다. 주요 행사장과 공항 근처의 수직 이착륙장에서 원하는 목적지에 10~20분 내 도착하는 것이 목표다.
전기 비행 택시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승객을 태우고 하늘을 날기 때문에 극심한 교통 체증의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로 움직여서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그동안 안전과 소음 같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기술력으로 극복하게 되면서 1~2년 안에 먼저 상용화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시간 거리 10분 내 도착
아처의 미드나이트에는 전기 프로펠러가 12개 달렸다. 헬리콥터와 비행기의 중간 형태다. 프로펠러 6개는 수직 이착륙할 때 쓰며, 나머지는 이륙할 때 헬리콥터처럼 회전 축이 수직으로 서 있다가 하늘에서 수평으로 누워 전진 비행할 때 쓴다. 최고 시속 241㎞로, 100㎞를 날아갈 수 있다. 아처는 “공항에서 도심으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전기 비행 택시로 10분 안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아처는 올 3분기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10여 노선에서 시험 비행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성규
특히 중동은 전기 비행 택시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은 올해 두바이에 항공기를 인도하고, 연말이나 내년 초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조비는 4인용 전기 비행 택시를 개발했다. 프로펠러 6개로 비행하며 최고 시속은 322㎞다. 조비는 최근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에서 전기 비행 택시 인증과 상업 생산을 위해 2억5000만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전기 비행 택시를 상용화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영국 비행 택시 업체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버티컬의 ‘VX4′ 역시 전기로 구동하는 비행 택시다. 이번 시험 비행은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태우고 했다. 최고 시속 241㎞로, 리버풀에서 리즈까지 차로 1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를 26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영국 정부 목표는 2028년 상용화다.
◇중국은 자율 비행 택시
중국도 전기 비행 택시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중국 업체 이항은 올해 들어 상하이 도심에서 시험 운행을 시작했다. 이항은 승객 2명을 태울 수 있는 비행 택시를 개발했고, 사람이 조종할 필요 없이 설정한 경로를 따라 자율로 운행한다. 올해 광저우와 허페이에 관광 노선을 추가할 예정이다. 일본도 적극적이다. 일본 ANA 홀딩스는 조비의 항공기를 이용해 2027년 도쿄에서 상업용 비행 택시를 운영한다. 일본항공(JAL) 역시 아처의 항공기로 2027년 오사카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일본 스타트업 스카이드라이브도 자체 개발 전기 비행 택시로 2028년 오사카 관광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들이 전기 비행 택시 시장에 뛰어든 것은 미래의 교통수단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비행기처럼 긴 활주로가 필요 없고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헬리콥터보다 비용이 싸고 친환경적이다. 덕분에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심에서 대중교통, 물류, 관광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2024년 7억6000만달러(약 1조원)였던 시장은 2035년 173억4000만달러(약 24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항공기 규모도 같은 기간 367대에서 5280대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몇 가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래 비행하려면 배터리 성능이 뒷받침돼야 하며, 도심에서 운영하는 만큼 소음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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