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우선주의 앞세워 북한과 한국에 불리한 거래 할 가능성
한국이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임을 트럼프에 설득해야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06.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유세진 기자 = 3일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의 밀월 기간은 하루도 채 되지 못할 것이라고 BBC가 4일 보도했다. 팀을 구성하고 국가 비전을 확정하기 위한 2달 간의 정권 교체기를 갖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계엄령을 선포하려다 실패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곧바로 직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들의 군사 독재 거부로 승리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나라를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촉발된 위기를 피해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전 이미 한국 경제는 둔화되고 있었다. 계엄령이 촉발한 혼란은 경제를 더욱 위축시켰다. 한국 경제는 1분기 후퇴했는데, 유권자들은 이 문제 해결을 곤경에 처한 민주주의 회복보다 우선시했다.

잇딴 탄핵으로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협상은 중단됐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협상에는 한국 경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걸려 있다. 미국은 현재 한국이 핵무장한 북한의 공격을 받을 경우 방어를 약속, 한국 안보를 보장하고 있다. 한국에는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무역과 안보를 구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과 안보 두 분야 모두에서 한국을 압박할 것을 시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한국과의 초기 관세협상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을 논의했다. 아름답고 효율적인 원스톱 쇼핑"이라고 말했다. 이런 접근법은 한국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주재했던 전 미 고위 외교관 에반스 리비어는 "위기가 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 생애 처음으로 도덕적·전략적 의무감을 갖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도 주한미군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한국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위협했었다. 그는 이번에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추가 지불을 원치 않겠지만 지불을 늘릴 여력은 가지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국방부의 계산이 달라진 것 같다는 점이다. 현재 아시아에서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의 한국 공격을 막는 것뿐 아니라 이 지역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야망을 억제하는 것이다.

국방부 고위 관리인 엘 브리지 콜비는 지난해 "한국이 북한에 대한 방어에 있어 압도적 책임을 져야 미국이 중국과 싸울 준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주한미군이 중국을 견제하는 쪽으로 초점을 바꿀 수 있다. 몇몇 미 국방부 관리들은 지난달 주한미군 수천명 감축을 거론하며 한국군이 중국 견제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이는 한국을 위험한 군사적 곤경에 빠뜨릴 수 있으며, 외교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한·미 동맹에 회의적이었고,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이 중국과 대만 간 갈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었다.

문정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은 미군이 한국을 떠나는 것을 걱정하지만 동시에 중국을 봉쇄하고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갇히는 것도 걱정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를 위협한다면, 미군이 떠나도록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비어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중국의 결합은 "완벽한 폭풍"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는 전혀 다른 입장일 수 있으며 이는 한·미 관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동북아 평화와 안정이 저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한국의 새 정부 출발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김정은을 만났었는데, 이미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원한다고 밝혔었다. 한국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만나면 한국에 매우 불리한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 중단만 요구하는 대신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핵무기는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리고 북한은 그 대가로 김정은은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다.

김정은은 2019년보다 훨씬 더 많은 지렛대를 갖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증가했고, 북한의 무기도 더 발전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탓에 거의 붕괴됐다. 러시아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대가로 김 위원장에게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무기의 완전 제거 대신 핵무기 수를 제한한다는 협상을 요구하거나 주한미군 등 한국에 대한 지원 일부 철회와 같은 보다 대담한 요구를 미국에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북한과의 협상에 참석했던 시드니 세일러는 "북한이 이제 주도권을 쥐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는 것인데,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도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방치하지는 않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조기에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리비어 역시 이재명 대통령은 회의적이고 거래적인 트럼프에게 한국이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임을 신속하게 설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 당시 트럼프와의 어떤 합의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이제 그는 이런 사치를 더이상 부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dbtpwls@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