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동산 심판론 거셌던
20대 대선 서울 성적표와 대조
당시엔 尹14곳·李11곳 차지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 정책 등
중산층 겨냥한 대선 공약 통해
동작·성동·광진구 등 탈환
경기·인천서도 압도적인 격차
수도권서 3년 전보다 68만표↑
우편투표전담부의 개표사무원들이 회송용봉투에서 투표용지를 빼내고 있다. [지혜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21대 대선에서 서울 25개 구 중 21개 구에서 승리를 거두는 사실상 ‘싹쓸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격전지로 꼽히는 ‘한강 벨트’ 7개 지역에서 용산구 1곳을 빼고 모두 푸른색 깃발을 꽂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 때 이곳을 모두 내준 바 있다. 이에 이번에 한강벨트에서 이뤄낸 대반전이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전통의 보수 강세 지역인 ‘강·서·송·용’(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을 제외한 서울 내 21개 지역구를 석권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승리 지역구를 단 4개로 틀어막으며 압도적 승리를 가져갔다. 3년 전 대선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4개 지역구를 내주며 11개 지역구밖에 차지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급 변화다.
그중에서도 대표적 ‘스윙 보터’로 꼽히는 한강 벨트(용산구·마포구·성동구·광진구·강동구·동작구·영등포구) 7개 지역의 표심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20대 대선 때 이곳에서 이 대통령에게 7대0 완승을 거두며 24만표 차이로 최종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이 대통령이 김 후보를 상대하며 용산구를 제외한 6대1로 구도를 역전시켰다.
그 외에 윤 전 대통령을 뽑았던 종로구·중구·동대문구·양천구 등도 이번엔 이 대통령 우세 지역으로 전환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1위를 기록한 지역은 없었지만, 전국 중 서울에서 가장 높은 9.9% 득표율을 기록하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서울의 이런 변심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등이 중도층 표심을 흔든 것도 있지만, 이 대통령이 집값 급등 지역인 한강벨트에 각종 감세 공약으로 구애한 점이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 공제 한도를 기존 10억원에서 18억원까지 높이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에 동의를 표한 바 있다. 한강벨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급등으로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부담이 대폭 늘었던 지역이라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이곳은 시세 10억~18억원가량의 주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상속세 개편을 통해 수권 정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줬고, 서울 유권자 표심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정체된 강북 지역에는 ‘균형 발전’ 당근을 제시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날이었던 지난 2일 강북구 유세에서 “강남만이 아니라 강북에도 투자하고, 수도권만이 아니라 지방에도 투자해서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기회를 누리는 세상을 꼭 만들어놓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에서 이 대통령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구는 강북구(53.81%)였고 이어서 은평(52.99%), 금천(52.03%), 중랑(51.74%) 등 순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제 번복 등 악재로 표심 결집에 실패했다. 오 시장은 지난 2~3월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국민의힘 지지세가 높은 일부 지역을 토허제 구역에서 해제했다. 그러나 이 지역 일대 집값이 급등하자 결국 정책을 철회했고, 더 나아가 강남3구와 용산구 전 지역을 추가 지정하며 역풍을 맞기도 했다. 강남3구와 용산구가 본래 국민의힘 지지세가 높은 곳이긴 하지만, 이런 지역마저 정책 혼선이 빚는다는 것이 서울 전체 민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통의 민주당 텃밭인 경기도에선 이 대통령의 강세가 한층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에서 지난 대선 대비 이천·용인 수지·포천을 추가로 획득해 김 후보가 가져간 과천·성남 분당·여주·양평·가평·연천 6개 지역을 제외한 전역을 장악했다.
지난 대선 때 5대5로 동률을 이뤘던 인천은 이번에 이 대통령이 동구·미추홀구·연수구를 빼앗아 오며 8대2 구도를 만들었다. 김 후보는 강화·옹진 두 지역을 수성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수도권 지역에서의 대반전은 이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총 897만표(서울 311만표·경기 482만표·인천 104만표)를 얻어 지난 대선 대비 68만표가량을 더 얻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지난 대선 대비 114만표가량을 추가로 확보했는데, 이 중 수도권 비중이 60%에 달한다.
반대로 김 후보는 수도권에서 약 702만표를 받았는데, 지난 대선 때 윤 전 대통령이 득표한 약 809만표 대비 107만표가량을 잃었다. 수도권에서만 울산시(약 109만명)만큼의 지지층이 날아간 셈이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대비 총 200만표가량을 날렸는데, 이 중 수도권에서 날아간 표 비중은 54%에 달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