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은 기자] 누군가는 익명이라는 방패 뒤에서 타인의 이름 앞에 욕설을 던지고,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고, 무자비한 비난을 쏟아낸다. 연예인들은 흔히 ‘대중의 사랑으로 존재하는 직업’이라 불린다. 맞다. 그러나 대중의 증오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연예인에 대한 악플은 종종 ‘공인의 숙명’이라며 정당화돼왔다. 그러나 그 ‘공인’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매니지먼트사는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으로, 악성 댓글에도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스타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은퇴를 택했다. 고(故) 설리와 고(故) 구하라 사건 이후에도 이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그저 애도했고, 다시 망각했다. 2025년, 근거 없는 루머와 악의적인 비방에 고통받은 수많은 스타들이 ‘악플 청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가수 규현 측이 쏟아지는 악플 세례에 결국 칼을 빼들었다.
4일 규현의 소속사 안테나 측은 “최근 당사 아티스트 규현을 대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아티스트의 인격을 훼손하는 행위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며 “활동 방해 선동, 허위사실 유포, 폭언 및 욕설, 성희롱 등 악의적인 게시물로 인해 아티스트뿐 아니라 팬분들의 정신적 피해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에 당사는 제보와 모니터링을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강경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에 있다”며 “더불어 향후 발생하는 당사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명예 훼손 등에 대해서도 법률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규현은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에 출연했으나 윤소희와 연합을 이뤄 정현규를 우승자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인 플레이를 했다며 인성 논란 등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규현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방송에 모든 걸 다 담을 수는 없지 않냐”며 “자세한 건 나중에 한번 썰 풀어줄 테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라. 출연자들끼리는 너무 끈끈하고 서로 너무 이해하는 좋은 관계니 예쁘게 봐 달라”고 팬들을 달랬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배우 서현 측도 악플러들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4일 서현 소속사 LEAD 엔터테인먼트 측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악의적인 비방, 허위사실 유포, 인신공격성 게시물, 명예훼손 게시물과 악성 댓글 사례에 대해 파트너 변호사(법무법인)와 함께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알렸다.
소속사 측은 “온라인상에서 지속적으로 아티스트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을 모욕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며, 합의와 선처는 절대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악플 자료 수집을 시작했으며, 팬 여러분께서 알려주시는 제보와 자료들이 당사의 법적 준비나 대응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위법 사례를 발견하신 경우 제보를 요청드린다”고 경고했다.
배우 이세영도 악플러에 단호한 법적 처벌을 예고했다.
지난달 12일 이세영의 소속사 프레인TPC는 “소속 배우 이세영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자, 악성 게시물 또는 댓글 게시자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수집된 사례들은 물론이고 이후 새로 게시되는 부적절한 콘텐츠들 중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건에 대해 그에 맞는 수위의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속사 측은 “합의를 위한 창구는 따로 열어두지 않는다”며 합의 없이 강경한 법적 처벌을 진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 “당사는 이세영 배우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다양한 작품과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강도 스케줄보다 더 지독한 건, 24시간 쏟아지는 온라인 폭력이다. 악플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이유없는 무차별적인 공격은 사회적 폭력일 뿐이다. 지금 연예계가 내세운 ‘선처 없음’은 악플러의 칼에 쓰러지기 전에, 먼저 방패를 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두 번 다시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흐름은 단발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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